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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짓는 건축가?/구조와 재료

장 누벨은 리움의 스테인리스를 일부러 녹슬게 했다

by aclstoryji 2026. 6. 26.

장 누벨은 리움미술관 뮤지엄 2에서 스테인리스를 일부러 부식시켜 검은 외벽을 만들었다. 카메라 조리개처럼 열리고 닫히는 파리 아랍세계연구소의 벽, 여덟 겹으로 짠 지름 180미터의 루브르 아부다비 돔까지 그가 새 재료와 장치를 시험한 자리를 차례로 따라간다.

먼저 알아둘 세 가지
  • 리움 뮤지엄 2의 검은 외벽은 리움이 세계 최초라고 소개하는 기술로 만들어졌다.
  • 파리의 한 건물 벽은 햇빛에 따라 눈을 가늘게 뜨도록 만들어졌는데, 한동안은 그러지 못했다.
  • 아부다비의 7천 톤짜리 돔은 다 지은 뒤에 통째로 60센티미터 들어 올려졌다.
카메라 조리개 모양 장치가 격자 패널마다 빽빽이 들어찬 아랍세계연구소 남쪽 유리벽
여행 계획 — 지도 번호와 같은 순서다

리움은 볼수록 어지러웠다

리움미술관은 내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다. 보면 볼수록 복잡하고 어지러운 모습이다. 장 누벨이 설계한 리움미술관 뮤지엄 2만 떼어 놓고 봐도 그렇다. 검은 금속 상자들이 유리벽에서 크기도 자리도 제각각 튀어나와 있어서, 눈이 쉴 곳을 찾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게 정리가 된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별다른 계기는 없었다. 어이가 없었다. 어지럽다고 느끼던 바로 그 모습이 갑자기 정돈돼 보였으니까.

리움이라는 이름은 삼성 일가의 성 '리(Lee)'에 뮤지엄의 끝 글자 '움(um)'을 붙여 만들었다. 운영은 삼성문화재단이 맡는다. 국내에서는 이 미술관이 건축가의 이름보다 삼성가의 이름으로 더 자주 불린다.

2004년 문을 열 때 건물 세 채를 세 사람이 나눠 설계했다. 뮤지엄 1은 마리오 보타,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는 렘 콜하스, 뮤지엄 2가 장 누벨의 몫이다.

여러 겹의 별 무늬 격자 사이로 빛이 새어 내려오는 루브르 아부다비 돔의 안쪽

검은 상자는 전부 전시실이다

유리벽 밖으로 튀어나온 그 검은 상자는 하나하나가 전시실이다. 리움 설명으로는 부식 스테인리스 패널로 만든 전시 박스가 유리벽에서 돌출된 모양이다. 내가 정리됐다고 느낀 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뒤였는지는 확신이 없다.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짐작뿐이다.

스테인리스는 녹슬지 않아서 쓰는 금속이다. 이 패널은 그 표면을 일부러 부식시켜 검은 막을 입혔는데, 리움은 이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소개한다. 녹슬지 않으려고 만든 재료를 녹슬게 하는 데에도 연구가 필요했다. 그 수고를 들이는 건축가가 나는 좋다.

손이 닿는 높이의 마감은 결국 유지관리 문제로 돌아온다. 검은 막 위에 지문이나 물자국이 어떻게 남는지, 몇 해 뒤 색이 어떻게 변하는지는 어디서도 찾지 못했다. 확인된 이야기가 없으니 궁금하다는 말만 적어 둔다.

유리는 철 성분을 덜어 낸 저철분 유리다. 초록빛이 덜 돌아서 투명도가 높다. 지하 외벽은 철망에 돌을 채운 돌망태, 개비온이다. 토목 현장에서 흔히 쓰는 자재가 미술관 벽으로 들어와 있다.

해가 세지면 벽이 눈을 가늘게 뜨고, 흐려지면 다시 크게 뜬다.
돌망태 벽 사이 깊은 틈 안에서 유리벽 밖으로 검은 상자들이 튀어나온 리움미술관 뮤지엄 2의 단면

해가 세지면 벽이 눈을 가늘게 뜬다

파리 센 강가의 아랍세계연구소는 1987년에 완공됐다. 남쪽 유리벽에는 240장의 패널이 붙어 있고, 패널마다 카메라 조리개를 닮은 금속 장치가 촘촘히 들어 있다. 센서가 빛의 세기를 읽으면 모터가 조리개를 여닫는다. 해가 세지면 벽이 눈을 가늘게 뜨고, 흐려지면 다시 크게 뜬다.

움직이는 부품이 붙은 외벽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 발전소에서 모터와 센서는 언젠가 정비 목록에 오르는 부품이라, 이 벽이 멈췄다는 이야기가 놀랍지 않았다. 일부 조리개가 손상돼 막혔고, 2017년 1월부터 여섯 달에 걸쳐 복원이 이뤄졌다.

복원은 패널을 일주일에 열여섯 장씩 떼어 내 고치고 다시 다는 식이었다고 한다. 깨진 부품을 바꾸고 제어 체계까지 되살렸다. 멈춘 장치를 뜯어내지 않고 다시 돌렸다는 점에서, 나는 이 건물에 점수를 더 준다.

돔 전체를 60센티미터 들어 올렸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2017년에 문을 열었다. 바다 위에 놓인 낮은 건물들 위로 지름 180미터의 돔이 얹혀 있다. 돔은 여덟 겹이다. 바깥 네 겹은 스테인리스, 안쪽 네 겹은 알루미늄이고, 겹마다 별 무늬가 어긋나게 포개져 그 틈으로 빛이 내려온다. 사진으로 보면 야자수 그늘을 금속으로 짜 놓은 것 같다.

돔을 받치는 기둥은 건물 안에 숨긴 네 개뿐이라 지붕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설계는 엔지니어링 회사 BuroHappold와 한 해 넘게 함께 다듬었다. 바닥에 닿을 빛의 밝기를 먼저 정해 두고, 그 값이 나오도록 별 조각의 폭을 자동으로 바꿔 가며 계산하는 도구까지 따로 만들었다고 한다. 지붕이 하늘을 체로 치는 방식을 계산으로 정한 셈이다.

조립 순서가 특이하다.
- 별 조각을 85개 덩어리로 미리 만들어 둔다.
- 가설 철탑을 120기가 넘게 세워 그 위에서 조립한다.
- 끝나면 유압 잭 여러 대를 동시에 움직여 돔 전체를 600밀리미터 들어 올리고, 받침 위에 앉힌다.

7천 톤이 넘는 지붕이 60센티미터 올라가던 순간 현장이 얼마나 조용했을지, 짐작만 해 본다.

장 누벨은 유리로 블라인드도 만들었다

바르셀로나의 토레 아그바르(지금 이름은 Torre Glòries)는 2005년에 준공됐다. 외피가 두 겹이다. 안쪽은 색을 입힌 알루미늄 판이고, 바깥에는 유리 루버를 촘촘히 달았다. 루버는 직사광선을 걸러 내도록 각도를 계산해 기울였다고 한다. 유리로 만든 블라인드 날을 창 바깥에 붙인 셈이다.

모든 시도가 잘 풀린 건 아니다. 2008년 프리츠커상 심사평도 성공의 정도가 저마다 다르다는 점을 굳이 적었다. 그러면서도 매번 위험을 무릅쓴 끝에 현대 건축의 어휘를 넓혔다고 평했다.

정리된 건 건물일까, 내 눈일까

어지러움이 정리로 바뀌는 동안 장 누벨의 건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검은 상자는 그때도 지금도 제각각 튀어나와 있다. 바뀐 건 내 눈일 것이다. 그 사이 내 눈이 무엇을 익혔는지는 아직 말로 옮기지 못한다.

뮤지엄 2는 지상 2층, 지하 3층이다. 어수선해 보이는 상자들은 땅 위로 드러나 있고, 땅 아래 외벽은 철망에 돌을 채워 쌓은 돌망태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리움미술관 뮤지엄 2는 누가 설계했나?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했다. 뮤지엄 1은 마리오 보타,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는 렘 콜하스가 맡아 2004년에 함께 문을 열었다.

리움 뮤지엄 2의 검은 외벽은 무슨 재료인가?

표면을 부식시켜 검은 막을 입힌 스테인리스 패널이다. 리움은 이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소개한다.

아랍세계연구소의 조리개 벽은 고장 난 적이 있나?

있다. 일부 조리개가 손상돼 막혔고, 2017년 1월부터 여섯 달간 복원 공사를 했다.

참고문헌

  1. The Pritzker Architecture Prize, Jean Nouvel 2008 Laureate, Biography and Jury Citation
  2. Philip Jodidio, Jean Nouvel by Jean Nouvel: Complete Works 1970–2008, Taschen, 2008
  3. Institut du monde arabe, La restauration des moucharabiehs de l'IMA, un chantier d'exception, 공식 매거진
  4. 리움미술관 공식 누리집, 뮤지엄 2(장 누벨) 건축 소개
  5. ArchDaily, The Engineering Behind the Louvre Abu Dhabi's Striking Geometric Dome, 2017

글쓴이

실내건축과를 졸업했고, 현재 대한민국의 발전소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공간과 재료를 실무 현장의 눈으로 보며, 발전 설비·플랜트의 기능성과 구조·안전의 관점에서 건축을 읽는다. 또한 여행과 건축 답사를 좋아하지만, 경제적 여건 탓에 자주 떠나지는 못한다. 대신 사진과 도면, 기록을 오래 들여다보고, 직접 가 본 곳에서는 현장에서 느낀 공간 경험을 글에 녹이기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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