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주시키려던 주민 대부분은 끝내 그 마을로 오지 않았다.
- 그가 지은 새 구르나 마을에, 정작 이주 대상 주민 상당수는 오지 않았다.
- 그의 진흙벽돌 기법은 나무 거푸집 없이도 돔과 볼트를 완성했다.
- 그가 쓴 책은 마을의 절반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적정기술 건축의 고전으로 남았다.
Photo by Marc Ryckaert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기울여 쌓은 벽돌
진흙 벽돌 하나를 수직으로 세우지 않고 뒤로 살짝 기울여 쌓으면, 그다음 벽돌도 앞의 벽돌에 기대어 서게 된다. 그렇게 한 켜씩 기울여 쌓아 올리면 거푸집도 지지대도 없이 둥근 지붕이 저절로 완성된다. 하산 파티는 이집트 누비아 지역에 남아 있던 이 오래된 기법을 이집트 전역으로 되살렸다.
돈도, 나무도 없는 마을에서 지붕을 올릴 방법이었다.
Photo by Omar Bárcena / CC BY 2.0 / Wikimedia Commons구르나, 무덤 위의 마을
하산 파티는 1900년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나 카이로의 고등공과학교에서 공부했다. 1945년, 이집트 정부는 그에게 특이한 의뢰를 맡겼다. 룩소르 서안, 파라오 시대 무덤들 위와 그 사이에 자리 잡고 살던 구르나 마을 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킬 새 마을을 설계하라는 것이었다.
그 주민들 상당수는 유적 도굴로 생계를 이었다. 정부가 그들을 옮기려 한 이유이기도 했다.
좋은 재료로 지은 빈집은, 나쁜 재료로 지은 채워진 집보다 나은 게 없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건축
파티는 새 구르나를 지으며 몇 가지 원칙을 지켰다. - 수입 자재 대신 그 땅의 흙으로 벽돌을 굽는다 - 마을 사람을 직접 고용해 누비아 기법을 가르친다 - 집집마다 마당과 공용 공간을 두어 기존 공동체 구조를 살린다 외부에서 온 해법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재료와 기술로 짓겠다는 태도였다.
이 경험을 담은 책 『가난한 사람을 위한 건축』은 1969년 아랍어로, 이후 영어로 출간돼 지금도 적정기술 건축의 고전으로 꼽힌다.
사람들은 오지 않았다
그런데 새 마을은 계획대로 채워지지 않았다. 도굴로 생계를 잇던 이들은 무덤에서 멀어지고 싶지 않았고, 정부의 재정 지원도 중간에 끊겼다. 계획된 가구 상당수가 끝내 이주하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나는 그를 완전히 감싸주기가 어렵다. 재료와 기법은 옳았을지 몰라도, 그 마을에 살 사람들의 실제 생계와 이해관계를 설계 초반부터 충분히 다루지 못한 결과였다. 좋은 재료로 지은 빈집은, 나쁜 재료로 지은 채워진 집보다 나은 게 없다.
흙이 식힌 방
누비아 진흙벽돌은 두껍다. 낮 동안 뜨거운 사막 공기의 열을 벽 두께 안에 가두고, 밤이 돼서야 그 열을 서서히 실내로 내보낸다. 에어컨 없이도 한낮 실내 온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발전 설비를 다룰 때도 단열재 두께 하나로 냉방 부하가 크게 갈리는 걸 자주 본다. 벽 자체를 두꺼운 열저장고로 쓴다는 발상은, 기계로 식히는 대신 재료로 버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낯설지 않았다.
가난을 위한 건축이라는 책
1980년 아가 칸 건축상은 그에게 첫 회장상을 수여하며 그의 작업을 재조명했다. 새 구르나 자체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지만, 그가 남긴 책과 기법은 이후 여러 나라의 흙 건축·적정기술 운동에 참조점이 됐다.
1989년 그가 카이로에서 세상을 떠난 뒤에도, 새 구르나 마을 일부는 지금도 사람이 사는 채로 남아 있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새 구르나 마을은 지금도 남아있나?
일부는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지만, 계획된 이주 가구 상당수는 끝내 옮기지 않았고 이후 훼손되거나 방치된 건물도 많다.
누비아 진흙벽돌 기법은 왜 거푸집이 필요 없나?
벽돌을 수직이 아니라 뒤로 기울여 쌓아, 각 켜가 앞선 켜에 기대며 스스로 지탱하기 때문이다. 이 방식으로 나무나 철제 거푸집 없이 돔과 볼트를 완성할 수 있다.
참고문헌
- Hassan Fathy, Architecture for the Poor: An Experiment in Rural Egypt,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73
- James Steele, An Architecture for People: The Complete Works of Hassan Fathy, Whitney Library of Design, 1997
- 새 구르나 이주 가구 현황 관련 이집트 정부 기록
'집 짓는 건축가? > 사회와 지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프란시스 케레, 일곱 살에 학교를 찾아 마을을 떠나다 (1) | 2026.08.14 |
|---|---|
| 찰스 코레아 — 집 안에 날씨가 머물 자리를 남겨 두다 (0) | 2026.08.05 |
| 알레한드로 아라베나는 집을 반만 지었다 (0) | 2026.07.03 |
| 왕슈, 부서진 기와로 박물관 외벽을 쌓다 (0) | 2026.07.03 |
| 발크리슈나 도시, 땅속에 작업실을 지은 건축가 (0) | 2026.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