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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짓는 건축가?/사회와 지역

하산 파티는 마을을 지었지만 사람들은 오지 않았다

by aclstoryji 2026. 8. 2.

정부가 이주시키려던 주민 대부분은 끝내 그 마을로 오지 않았다.

먼저 알아둘 세 가지
  • 그가 지은 새 구르나 마을에, 정작 이주 대상 주민 상당수는 오지 않았다.
  • 그의 진흙벽돌 기법은 나무 거푸집 없이도 돔과 볼트를 완성했다.
  • 그가 쓴 책은 마을의 절반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적정기술 건축의 고전으로 남았다.
하산 파티의 대표작 새 구르나 마을(룩소르) (New Gourna Village, Luxor)Photo by Marc Ryckaert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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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여 쌓은 벽돌

진흙 벽돌 하나를 수직으로 세우지 않고 뒤로 살짝 기울여 쌓으면, 그다음 벽돌도 앞의 벽돌에 기대어 서게 된다. 그렇게 한 켜씩 기울여 쌓아 올리면 거푸집도 지지대도 없이 둥근 지붕이 저절로 완성된다. 하산 파티는 이집트 누비아 지역에 남아 있던 이 오래된 기법을 이집트 전역으로 되살렸다.

돈도, 나무도 없는 마을에서 지붕을 올릴 방법이었다.

하산 파티의 대표작 다르 알이슬람 모스크(뉴멕시코) (Dar al-Islam Mosque, New Mexico)Photo by Omar Bárcena / CC BY 2.0 / Wikimedia Commons

구르나, 무덤 위의 마을

하산 파티는 1900년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나 카이로의 고등공과학교에서 공부했다. 1945년, 이집트 정부는 그에게 특이한 의뢰를 맡겼다. 룩소르 서안, 파라오 시대 무덤들 위와 그 사이에 자리 잡고 살던 구르나 마을 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킬 새 마을을 설계하라는 것이었다.

그 주민들 상당수는 유적 도굴로 생계를 이었다. 정부가 그들을 옮기려 한 이유이기도 했다.

좋은 재료로 지은 빈집은, 나쁜 재료로 지은 채워진 집보다 나은 게 없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건축

파티는 새 구르나를 지으며 몇 가지 원칙을 지켰다. - 수입 자재 대신 그 땅의 흙으로 벽돌을 굽는다 - 마을 사람을 직접 고용해 누비아 기법을 가르친다 - 집집마다 마당과 공용 공간을 두어 기존 공동체 구조를 살린다 외부에서 온 해법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재료와 기술로 짓겠다는 태도였다.

이 경험을 담은 책 『가난한 사람을 위한 건축』은 1969년 아랍어로, 이후 영어로 출간돼 지금도 적정기술 건축의 고전으로 꼽힌다.

사람들은 오지 않았다

그런데 새 마을은 계획대로 채워지지 않았다. 도굴로 생계를 잇던 이들은 무덤에서 멀어지고 싶지 않았고, 정부의 재정 지원도 중간에 끊겼다. 계획된 가구 상당수가 끝내 이주하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나는 그를 완전히 감싸주기가 어렵다. 재료와 기법은 옳았을지 몰라도, 그 마을에 살 사람들의 실제 생계와 이해관계를 설계 초반부터 충분히 다루지 못한 결과였다. 좋은 재료로 지은 빈집은, 나쁜 재료로 지은 채워진 집보다 나은 게 없다.

흙이 식힌 방

누비아 진흙벽돌은 두껍다. 낮 동안 뜨거운 사막 공기의 열을 벽 두께 안에 가두고, 밤이 돼서야 그 열을 서서히 실내로 내보낸다. 에어컨 없이도 한낮 실내 온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발전 설비를 다룰 때도 단열재 두께 하나로 냉방 부하가 크게 갈리는 걸 자주 본다. 벽 자체를 두꺼운 열저장고로 쓴다는 발상은, 기계로 식히는 대신 재료로 버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낯설지 않았다.

가난을 위한 건축이라는 책

1980년 아가 칸 건축상은 그에게 첫 회장상을 수여하며 그의 작업을 재조명했다. 새 구르나 자체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지만, 그가 남긴 책과 기법은 이후 여러 나라의 흙 건축·적정기술 운동에 참조점이 됐다.

1989년 그가 카이로에서 세상을 떠난 뒤에도, 새 구르나 마을 일부는 지금도 사람이 사는 채로 남아 있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새 구르나 마을은 지금도 남아있나?

일부는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지만, 계획된 이주 가구 상당수는 끝내 옮기지 않았고 이후 훼손되거나 방치된 건물도 많다.

누비아 진흙벽돌 기법은 왜 거푸집이 필요 없나?

벽돌을 수직이 아니라 뒤로 기울여 쌓아, 각 켜가 앞선 켜에 기대며 스스로 지탱하기 때문이다. 이 방식으로 나무나 철제 거푸집 없이 돔과 볼트를 완성할 수 있다.

참고문헌

  1. Hassan Fathy, Architecture for the Poor: An Experiment in Rural Egypt,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73
  2. James Steele, An Architecture for People: The Complete Works of Hassan Fathy, Whitney Library of Design, 1997
  3. 새 구르나 이주 가구 현황 관련 이집트 정부 기록

글쓴이

실내건축과를 졸업했고, 현재 대한민국의 발전소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공간과 재료를 실무 현장의 눈으로 보며, 발전 설비·플랜트의 기능성과 구조·안전의 관점에서 건축을 읽는다. 또한 여행과 건축 답사를 좋아하지만, 경제적 여건 탓에 자주 떠나지는 못한다. 대신 사진과 도면, 기록을 오래 들여다보고, 직접 가 본 곳에서는 현장에서 느낀 공간 경험을 글에 녹이기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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