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코레아는 중정과 베란다, 단면과 배수로를 이용해 인도의 빛·바람·비를 건물 밖으로 밀어내지 않고 공간의 일부로 다뤘다.
- 찰스 코레아는 중정과 베란다를 남는 공간이 아니라 빛·바람·비를 조절하는 생활공간으로 다뤘다.
- 간디 기념박물관의 RCC 빗물 채널부터 칸첸중가의 깊은 테라스까지 그의 기후 대응은 외관보다 평면과 단면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 그의 건축은 기후에 민감했지만 사회적 형평성과 상징, 실제 유지관리까지 함께 볼 때 비로소 단순한 친환경 미담에서 벗어난다.
이 글의 순서
Photo by Smarak Sangrahalaya Samiti, Bombay /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84미터 탑의 모서리는 왜 비어 있었나?
칸첸중가 아파트먼트의 사진을 오래 보고 있으면 이상한 데서 눈이 멈춘다. 높이 84미터, 한 변 약 21미터의 가느다란 탑인데 모서리마다 건물 덩어리를 크게 도려낸 듯한 빈칸이 있다. 찰스 코레아는 그 자리에 이중 높이의 테라스 정원을 끼워 넣었다. 직접 그 테라스에 서 본 경험을 전제로 하지 않고 사진과 단면만 놓고 보면, 이 건물의 표정은 콘크리트 벽보다 그 빈칸에서 먼저 생긴다.
뭄바이에서 동서 방향은 조금 곤란하다. 바닷바람과 아라비아해·항구 쪽 전망을 얻기 좋은 방향이지만 뜨거운 햇빛과 강한 몬순도 같은 쪽에서 들이친다. 코레아는 오래된 방갈로가 거주공간 바깥에 베란다라는 보호층을 두던 방식을 고층주거에 옮기려 했다. 그래서 칸첸중가의 깊은 테라스는 장식적인 구멍이라기보다 바람을 받고 햇빛과 비 사이에 거리를 두기 위한 두꺼운 경계에 가깝다.
이 점이 흥미롭다. 보통 고층건물의 외피를 생각하면 유리와 단열재와 설비가 먼저 떠오르는데, 여기서는 집의 가장 오래된 장치였던 베란다가 수직으로 올라간다. 다만 그것이 모든 세대에 완벽한 열환경을 보장했다거나 이상적인 주거였다고 말할 근거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 설계 의도와 실제 거주 경험 사이에는 언제나 한 칸의 여백을 남겨 두어야 한다.
Photo by Suyash Dwivedi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유리창을 빼고도 박물관은 어떻게 숨을 쉬었나?
간디 스마라크 상그라할라야로 가면 규모가 갑자기 낮아진다. 약 6미터 정방형 모듈이 이어지고, 기와지붕과 벽돌벽, 석재 바닥, 목재 문이 사바르마티 아슈람의 기존 재료와 크게 다투지 않는다. 유리창은 두지 않았고 개폐할 수 있는 목재 루버가 빛과 환기를 맡았다. 거대한 기념비를 세우기보다 낮은 지붕 사이를 걸으며 자료와 중정과 나무를 번갈아 만나게 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나는 이 건물의 사진보다 RCC 채널에 관한 설명에서 더 오래 멈췄다. 이 콘크리트 부재는 보 역할을 하면서 빗물이 흘러갈 길까지 겸하도록 계획됐다. 실내건축을 배울 때는 마감의 표정을 먼저 보던 눈이 현장 일을 하면서부터 물이 어디로 들어오고 어디로 빠지는지부터 찾게 된 탓일 것이다. 건축이 시처럼 보일 때도, 빗물은 산문처럼 빠져나가야 한다.
게다가 이 채널 체계는 장래의 증축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구성으로 설명된다. 여기서 코레아의 절제는 단순히 소박한 재료를 썼다는 데 있지 않다. 지붕을 받치는 일, 비를 버리는 일, 사람이 그늘을 따라 이동하는 일을 서로 다른 장치로 쪼개지 않고 한 구조 안에서 겹쳐 놓았다. 작아서 조용한 건물이지만 생각해야 할 일은 적지 않았다.
건축이 시처럼 보일 때도, 빗물은 산문처럼 빠져나가야 한다.
Photo by Meena Kadri from Wellington, New Zealand / CC BY 2.0 / Wikimedia Commons찰스 코레아는 왜 방보다 하늘을 먼저 확보했나?
코레아는 미시간대학교와 MIT에서 건축을 공부한 뒤 인도로 돌아왔고 1958년 자신의 실무를 시작했다. 서구 근대건축의 언어를 모르는 사람이 전통으로 되돌아간 것이 아니라, 그 언어를 배운 뒤 인도의 더위와 밀도와 생활방식 앞에서 다시 시험한 셈이다. 그의 글과 프로젝트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것이 open-to-sky space, 곧 지붕으로 덮이지 않은 공간이다. 따뜻한 기후에서 중정과 테라스와 마당은 남은 땅이 아니라 실제 생활면적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 생각은 규모가 달라질 때마다 다른 모양을 취했다. - 튜브 하우징에서는 단면을 이용해 뜨거워진 공기가 위로 빠져나가도록 자연환기를 유도했다. - 벨라푸르 증분주택에서는 8미터×8미터의 작은 공동 중정을 일곱 집이 둘러싸도록 했다. - 칸첸중가에서는 방갈로의 베란다가 맡던 완충 역할을 고층주거의 깊은 테라스로 번역했다. 같은 모양을 반복한 것이 아니라 같은 질문을 다른 조건에 던졌다.
그에게 중정과 베란다는 남은 공간이 아니라, 건물이 날씨와 협상하는 완충실이었다. 그렇다고 하늘을 열어 놓는 것 자체가 해답은 아니다. 강한 햇빛에는 그늘이 필요하고, 몬순에는 배수와 깊이가 필요하며, 밀집한 도시에서는 사생활을 함께 풀어야 한다. 코레아의 흥미로운 지점은 자연을 낭만적으로 받아들였다기보다 그 불편까지 평면과 단면의 조건으로 끌어들였다는 데 있다.
땅속으로 내려간 미술관은 무엇을 얻었나?
바라트 바반의 도면과 사진의 동선을 따라가면 건물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기 어렵다. 보팔의 호수를 내려다보는 완만한 경사를 이용해 계단식 정원과 선큰 코트가 이어지고, 미술관과 도서관, 작업실, 공연공간이 그 주변에 걸린다. 지붕 위를 걷다가 어느 순간 아래쪽 중정으로 내려가고 다시 멀리 호수 쪽 시야가 열리는 식이다. 건물이 언덕 위에 놓였다기보다 언덕이 방과 마당을 조금씩 품고 있는 모습에 가깝다.
실내의 빛과 환기는 콘크리트 셸의 천창과 테라스 파라펫 주변의 슬롯, 중정과 테라스를 향한 개구부 등을 통해 확보하도록 계획됐다. 개구부에는 채광과 환기를 담당하는 안쪽 창호와 밤에 보안을 위해 닫는 큰 목재문이 함께 사용됐다. 이런 설계는 사진에서는 낮게 깔린 풍경으로 보이지만 시공과 유지관리의 눈으로 보면 천창의 방수, 선큰 공간의 배수, 외부 목재문의 변형과 관리가 곧바로 떠오른다. 바라트 바반에 특정 하자가 있었다는 뜻이 아니라, 좋은 공간일수록 그것을 오래 유지하기 위한 디테일까지 함께 묻게 된다는 말이다.
아홉 칸의 우주는 왜 한 칸을 옆으로 밀었나?
자와하르 칼라 켄드라 앞에서 ‘기후 건축가’라는 이름표만 붙들고 있으면 찰스 코레아의 절반을 놓치게 된다. 그는 자이푸르의 도시계획과 나바그라하, 곧 아홉 행성의 만다라를 현대적인 문화시설의 평면으로 다시 가져왔다. 아홉 칸 가운데 하나를 옆으로 이동시킨 구성은 자이푸르의 원도시 계획에서 나타나는 변형을 되받아친다. 여기서는 바람만큼이나 우주관과 도시의 기억이 평면을 움직인다.
이런 상징은 취향에 따라 부담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모든 벽과 중정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해서 그 공간이 자동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며, 문화적 인용이 기능을 대신해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코레아를 단순한 패시브 디자인의 선구자로만 읽으면 이 건물은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기후와 재료뿐 아니라 사람들이 공유하는 상징이 공공건축에 어떤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지도 끈질기게 건드렸다.
또 하나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간격이 있다. 칸첸중가는 32세대의 고급 아파트였지만 코레아는 동시에 저소득층 주거와 증분주택, 도시의 형평성 문제를 오랫동안 다뤘다. 기후를 잘 읽는 건축이 곧 사회적으로 공평한 건축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작업을 오래 볼수록 좋은 환경을 만드는 기술과 그 환경을 누가 가질 수 있는가는 서로 다른 질문이라는 사실이 선명해진다.
결론 — 찰스 코레아를 보고 나면 벽보다 먼저 빈 곳을 보게 된다
찰스 코레아를 따라가며 내게 가장 오래 남은 것은 특정한 지붕 모양이나 인도적인 색채가 아니다. 햇빛은 어디에서 끊을 것인지, 더운 공기는 어디로 빠져나갈 것인지, 비가 들이치기 전에 사람이 머물 완충공간은 있는지, 떨어진 빗물은 결국 어디로 보낼 것인지 묻는 순서다. 간디 기념박물관의 낮은 루버와 RCC 채널, 칸첸중가의 깊은 테라스, 바라트 바반의 중정은 생김새가 전혀 다른데도 이 질문 아래에서 서로 만난다. 기후는 외관의 스타일이 아니라 도면에 계속 간섭하는 조건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건축을 보며 에어컨을 쓰지 않는 건축이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칭찬하고 싶지 않다. 코레아의 작업에는 고급주거와 공공성의 간격도 있고, 상징이 강한 건축이 던지는 부담도 있으며, 열린 공간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치러야 할 관리의 몫도 있다. 그 불편한 부분까지 남겨 두어야 그의 건축이 지금의 질문이 된다.
여행 경비를 따지다 항공권 창을 닫는 날이 많아서, 건축을 사진과 도면으로 먼저 만나는 일이 내게는 드물지 않다. 그래도 찰스 코레아를 오래 들여다본 뒤에는 언젠가 낯선 건물 앞에 섰을 때 예전과 다른 곳부터 보게 될 것 같다. 벽보다 먼저, 그 건물이 일부러 비워 둔 자리. 그곳으로 어떤 날씨와 어떤 사람이 들어오는지를.
간디 스마라크 상그라할라야의 RCC 채널이 맡도록 계획된 두 가지 주요 역할은 무엇인가?
- 가. 차양과 전시 조명
- 나. 구조 보와 빗물 통로
- 다. 환기 덕트와 난방 배관
정답 확인
정답: 나. RCC 채널은 구조적인 보 역할을 하면서 지붕의 빗물을 흘려보내는 통로도 겸하도록 계획됐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찰스 코레아의 기후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무엇인가?
찰스 코레아는 중정, 베란다, 테라스, 자연환기, 그늘 같은 open-to-sky 공간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기후를 설비만의 문제가 아니라 평면과 단면, 사람이 머무는 경계공간의 문제로 다룬 것이 핵심이다.
찰스 코레아의 칸첸중가 아파트먼트는 왜 기후 대응 건축으로 평가받는가?
칸첸중가 아파트먼트는 뭄바이의 바닷바람과 전망을 받아들이면서 같은 방향에서 오는 강한 햇빛과 몬순을 완충해야 했다. 코레아는 전통적인 방갈로의 베란다 원리를 깊은 이중 높이 테라스로 바꾸어 고층주거에 적용했다.
간디 스마라크 상그라할라야에는 왜 유리창이 거의 사용되지 않았는가?
찰스 코레아 재단의 프로젝트 설명에 따르면 이 박물관에는 유리창을 사용하지 않고 개폐식 목재 루버로 채광과 환기를 확보했다. 기와지붕, 벽돌벽, 석재 바닥 같은 사바르마티 아슈람의 기존 재료와 어울리는 방식도 함께 선택했다.
자와하르 칼라 켄드라의 아홉 칸 평면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와하르 칼라 켄드라는 나바그라하, 즉 아홉 행성의 만다라와 자이푸르의 역사적 도시계획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평면을 사용한다. 아홉 칸 가운데 한 칸을 이동시킨 구성 역시 자이푸르 원도시 계획의 특징을 참조한 것이다.
찰스 코레아는 친환경 건축가라고만 보면 되는가?
그렇게만 보면 범위가 너무 좁다. 그는 기후 대응뿐 아니라 저소득층 주거, 도시계획, 공공공간, 형평성, 인도의 문화적 상징과 현대성의 관계를 함께 다뤘다.
참고문헌
- Charles Correa Foundation, Gandhi Smarak Sangrahalaya, Charles Correa Foundation Project Archive, 2022
- Charles Correa Foundation, Kanchanjunga Apartments, Charles Correa Foundation Project Archive, 2022
- Charles Correa Foundation, Bharat Bhavan, Charles Correa Foundation Project Archive, 2022
- Charles Correa Foundation, Jawahar Kala Kendra, Charles Correa Foundation Project Archive, 2022
- Charles Correa, The New Landscape, The Book Society of India, 1985
- Charles Correa, A Place in the Shade: The New Landscape & Other Essays, Penguin Books India, 2010
- Hasan-Uddin Khan, Charles Correa, Concept Media, 1987
- Charles Correa, with an essay by Kenneth Frampton, Charles Correa, Thames & Hudson, 1996
-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Charles Correa, influential architect and planner, dies at 84, MIT News, 2015
'집 짓는 건축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근대건축을 스리랑카의 기후와 지형, 기와지붕과 중정, 공예의 손맛 속에서 다시 조립한 건축가 `제프리 바와` (1) | 2026.08.03 |
|---|---|
| 재료의 가격과 실내 온도, 노동의 기술과 주민의 존엄을 하나의 설계 문제로 묶은 건축가 `하산 파티` (0) | 2026.08.02 |
| 돌 자르기를 거부한 건축가 `시구르드 레베렌츠` (0) | 2026.08.01 |
| 하나의 윤리를 건축물에 담고 싶었던 건축가 "벅민스터 풀러" (1) | 2026.07.19 |
| 물리 모형을 통해 힘이 스스로 균형을 찾게 했고, 건축가와 구조기술자, 생물학자와 제작자가 함께 지식을 만들도록 했던 건축가 "프라이 오토" (0) | 2026.07.1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