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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짓는 건축가?/사회와 지역

알레한드로 아라베나는 집을 반만 지었다

by aclstoryji 2026. 7. 3.

정부 예산으로 온전한 작은 집 대신, 그는 잘 지은 반쪽 집을 지어 나머지를 주민에게 맡겼다.

먼저 알아둘 세 가지
  • 그는 정부 예산으로 온전한 작은 집 대신, 잘 지은 반쪽 집을 지었다.
  • 그 반쪽을 채우는 몫은 고스란히 입주민에게 넘어갔다.
  • 그는 자신의 주택 설계도를 인터넷에 무료로 풀었다.
알레한드로 아라베나의 대표작 낀타 몬로이 주택단지(이키케) (Quinta Monroy Housing, Iquique)Photo by HogRider00 / CC0 /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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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집

사진 속 집들은 얼핏 보면 공사가 중단된 것처럼 보인다. 한쪽 벽은 마감이 됐는데 옆집 벽은 콘크리트 골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창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 구멍만 뚫려 있는 집도 있다. 알레한드로 아라베나는 이걸 미완성이 아니라 설계의 결과라고 불렀다.

정부 예산으로 살 수 있는 건 좋은 집의 절반뿐이었다. 그는 어느 절반을 지을지부터 골랐다.

알레한드로 아라베나의 대표작 샴 타워(산티아고) (Siamese Towers, Santiago)Photo by Unknown authorUnknown author / CC BY-SA 3.0 de / Wikimedia Commons

낀타 몬로이의 100가구

아라베나는 1967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태어나 칠레 가톨릭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2001년 엘레멘탈이라는 조직을 세웠는데, 스스로 '싱크탱크'가 아니라 '두 탱크(Do Tank)'라 불렀다. 생각만 하지 않고 짓겠다는 뜻이었다.

2004년 완공된 이키케의 낀타 몬로이 주택단지가 첫 시험대였다. 30년째 그 땅을 무단 점유하며 살던 100가구를 위한 프로젝트였다. 예산은 한 가구당 완전한 집 한 채를 짓기엔 부족했다.

정부 예산으로 살 수 있는 건 좋은 집의 절반뿐이었다. 그는 어느 절반을 지을지부터 골랐다.
알레한드로 아라베나의 대표작 UC 이노베이션 센터(산티아고) (UC Innovation Center - Anacleto Angelini)Photo by Vmorande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어려운 반쪽을 먼저

그가 먼저 지은 절반은 이런 것들이었다. - 옆집과 맞닿는 내력벽 - 배관이 지나는 주방과 화장실 - 계단과 골조 혼자서는 짓기 어렵고, 잘못 지으면 나중에 고치기도 비싼 부분들이었다.

나머지 절반, 그러니까 방 하나를 더 늘리거나 벽을 마감하는 일은 입주민의 몫으로 남았다.

완성한 사람들, 못 채운 사람들

10년, 20년이 지난 뒤 그 동네를 찍은 사진을 보면 집집마다 완성도가 다르다. 어떤 집은 벽돌을 예쁘게 쌓아 마감했고, 어떤 집은 여전히 골조가 드러나 있다. 형편과 손재주에 따라 그 차이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이 불균질함을 실패로 볼지, 원래 그렇게 설계된 자유로 볼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나는 반반이다. 골조를 잘 남겨준 것은 존중스러운데, 그 뒤로 생긴 격차까지 온전히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건 조금 편해 보인다.

숲으로 막다

2010년 칠레 대지진과 쓰나미 이후, 아라베나는 콘스티투시온 재건 계획에 참여했다. 방파제를 더 높이 쌓는 대신, 해안과 마을 사이에 숲을 심어 파도의 힘을 흩어 놓는 안을 냈다. 발전 설비도 물가에 있으면 방벽을 얼마나 세게 쌓을지, 아니면 완충지대를 얼마나 넓게 둘지를 놓고 고민한다. 콘크리트로 막는 것과 숲으로 흡수시키는 것, 그 사이의 계산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이 프로젝트를 보고 새삼 느꼈다.

도면을 공짜로 풀었다

2016년 아라베나는 프리츠커상을 받았고, 그해 베네치아 비엔날레 건축 전의 총감독도 맡았다. 같은 해, 그는 낀타 몬로이를 포함한 자신의 주택 설계도 몇 건을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했다.

다른 도시나 정부가 허락 없이 그 도면을 가져다 자기 예산에 맞게 고쳐 지어도 된다는 뜻이었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반쪽 좋은 집'은 무슨 뜻인가?

정부 예산으로 완전한 작은 집을 짓는 대신, 구조적으로 어려운 절반(내력벽·배관·계단)을 먼저 짓고 나머지 절반은 입주민이 형편에 따라 채우게 하는 방식이다.

낀타 몬로이 도면은 지금도 무료로 볼 수 있나?

2016년 아라베나는 이 프로젝트를 포함한 자신의 주택 설계도 일부를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했다. 다른 도시나 정부가 가져다 자기 예산에 맞게 고쳐 지을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참고문헌

  1. Alejandro Aravena & Andrés Iacobelli, Elemental: Incremental Housing and Participatory Design Manual, Hatje Cantz, 2012
  2. The Pritzker Architecture Prize 2016 Jury Citation, Alejandro Aravena

글쓴이

실내건축과를 졸업했고, 현재 대한민국의 발전소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공간과 재료를 실무 현장의 눈으로 보며, 발전 설비·플랜트의 기능성과 구조·안전의 관점에서 건축을 읽는다. 또한 여행과 건축 답사를 좋아하지만, 경제적 여건 탓에 자주 떠나지는 못한다. 대신 사진과 도면, 기록을 오래 들여다보고, 직접 가 본 곳에서는 현장에서 느낀 공간 경험을 글에 녹이기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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