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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짓는 건축가?/빛과 재료의 장인

피터 줌터는 통나무를 불태워 예배당을 지었다

by aclstoryji 2026. 7. 2.

112개의 가문비나무 줄기를 세우고 콘크리트를 부은 뒤, 그는 안에서 3주 동안 불을 땠다.

먼저 알아둘 세 가지
  • 줌터는 통나무 112개를 세우고 콘크리트를 부은 뒤, 안에서 3주 동안 불을 땠다.
  • 그는 유명해진 뒤에도 작은 마을의 작은 사무소를 그대로 지켰다.
  • 의뢰는 대부분 거절하는 사람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상을 받았다.
피터 줌터의 대표작 발스 온천(테르메 발스) (Therme Vals)Photo by Unknown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피터 줌터의 고향과 대표작 위치를 표시한 항해지도
건축 여정 — 고향과 대표작이 자리한 곳
여행 계획 — 지도 번호와 같은 순서다

통나무를 태우다

가문비나무줄기 112개를 천막처럼 비스듬히 세우고, 그 둘레에 콘크리트를 하루 한 켜씩 24일 동안 부었다. 콘크리트가 다 굳자 이번엔 안에다 불을 놓았다. 나무가 다 타서 재가 될 때까지 3주가 걸렸다. 남은 건 통나무 모양 그대로 그을음이 눌어붙은 콘크리트 동굴이었다.

피터 줌터는 예배당 하나를 이렇게 지었다.

피터 줌터의 대표작 브레겐츠 미술관 (Kunsthaus Bregenz)Photo by Unknown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가구공의 손

줌터는 1943년 스위스 바젤에서 태어났다. 그의 이력은 도면보다 손에서 시작한다. - 아버지의 작업장에서 가구 제작 도제 수련 - 바젤 공예학교에서 디자인 공부 -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 수학 - 1979년 그라우뷘덴주 문화재보존국에서 옛 건물 조사 손으로 나무를 만지던 사람이, 낡은 돌집의 벽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일을 몇 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안 짓는 건축가가 가장 유명한 상을 받은 셈이다.
피터 줌터의 대표작 브루더 클라우스 들판 경당 (Bruder Klaus Field Chapel)Photo by Dietmar Rabich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할덴슈타인의 작은 사무소

1979년, 그는 그라우뷘덴의 작은 마을 할덴슈타인에 자신의 사무소를 열었다. 지금도 거기 있다. 직원은 많을 때도 서른 명을 넘지 않고, 의뢰는 대부분 거절한다.

이 태도가 존경스럽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나는 동시에 조금 얄밉다. 일감을 가려 받을 수 있는 건 이미 유명해진 사람만 누리는 사치다. 나머지 대다수는 들어오는 일을 다 받아야 버틴다.

피터 줌터의 대표작 숨비트그 성 베네딕트 경당 (Saint Benedict Chapel, Sumvitg)Photo by p2cl / CC BY-SA 2.0 / Wikimedia Commons

발스의 돌, 브레겐츠의 유리

1996년 완공된 발스 온천은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건물이다. 현지에서 캔 발저 규암을 얇게 켜켜이 쌓아 벽을 만들었고, 물소리가 돌벽에 부딪혀 낮게 울리도록 공간의 비례를 잡았다고 전해진다. 조명은 최소한으로 줄여 그림자가 공간의 일부가 되게 했다. 사진으로 보면 사람들이 물속에 몸을 반쯤 담근 채 어두운 돌벽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그 침묵이 사진 밖으로도 전해지는 것 같다. 이듬해인 1997년 오스트리아 보덴 호수 옆에 지어진 브레겐츠 미술관은 정반대의 재료로 비슷한 효과를 냈다. 식각 유리판을 겹겹이 세워 호수의 빛을 안으로 흡수하고 퍼뜨렸다. 돌은 소리를 가두고, 유리는 빛을 흩었다. 재료는 달랐지만 다루는 태도는 같았다.

예배당의 그을린 벽

브루더 클라우스 경당으로 돌아가면,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천장 틈으로 떨어지는 빛과 그을린 벽의 질감을 함께 본다고 전해진다. 바닥은 납을 녹여 부었다. 비가 오면 그 좁은 천장 구멍으로 빗물이 그대로 들이친다.

노출된 콘크리트와 납, 그을린 자국은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짙어지고 표면이 거칠어진다. 이걸 숙성이라 부를지, 손이 많이 가는 마감이라 부를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갈릴 것이다. 나라면 후자에 가깝게 본다.

아직도 사무소 하나뿐이다

일감을 가려 받던 사람이, 2009년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세상에서 가장 안 짓는 건축가가 가장 유명한 상을 받은 셈이다. 그 이후로도 그는 사무소를 키우지 않았다.

할덴슈타인의 작은 사무소는 지금도 마을 도로변, 원래 있던 자리 그대로 남아 있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브루더 클라우스 경당은 왜 안이 그을려 있나?

통나무를 세우고 그 둘레에 콘크리트를 부은 뒤, 안에 불을 놓아 나무를 태워 없앴기 때문이다. 통나무의 결과 그을음이 콘크리트 안쪽에 그대로 남았다.

피터 줌터는 어떤 건축가인가?

가구공으로 시작해 옛 건물 조사관을 거친 스위스 건축가다. 재료와 빛, 소리 같은 감각적 요소를 중심에 둔 설계로 2009년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참고문헌

  1. Peter Zumthor, Atmospheres: Architectural Environments, Surrounding Objects, Birkhäuser, 2006
  2. Peter Zumthor, Thinking Architecture, Birkhäuser, 1998

글쓴이

실내건축과를 졸업했고, 현재 대한민국의 발전소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공간과 재료를 실무 현장의 눈으로 보며, 발전 설비·플랜트의 기능성과 구조·안전의 관점에서 건축을 읽는다. 또한 여행과 건축 답사를 좋아하지만, 경제적 여건 탓에 자주 떠나지는 못한다. 대신 사진과 도면, 기록을 오래 들여다보고, 직접 가 본 곳에서는 현장에서 느낀 공간 경험을 글에 녹이기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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