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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짓는 건축가?/빛과 재료의 장인

시게루 반은 종이로 지붕을 지었다

by aclstoryji 2026. 7. 4.

고베의 재난민을 위해 지은 종이 교회는, 10년 뒤 통째로 배에 실려 대만으로 건너가 지금도 쓰이고 있다.

먼저 알아둘 세 가지
  • 그가 쓴 종이관은 일반 종이가 아니라 방수 처리된 구조 부재다.
  • 고베에 지은 종이 교회는 10년 뒤 통째로 배에 실려 대만으로 건너갔다.
  • 재난 쉼터를 짓던 그가, 프랑스에서는 가장 정교한 목조 지붕을 지었다.
시게루 반의 대표작 카드보드 대성당(크라이스트처치) (Cardboard Cathedral, Christchurch)Photo by Michal Klajban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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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관을 쥐다

종이심 하나를 손으로 쥐어 본 적이 있다면 안다. 두루마리 휴지나 포장용 랩 심 같은 그 얇은 종이관은, 손끝으로 누르면 쉽게 찌그러질 것 같은데 의외로 꽤 단단하게 버틴다. 세게 비틀어야 겨우 우그러진다. 시게루 반은 이 원리를 건물 기둥과 지붕 뼈대로 옮겼다.

다만 그가 쓴 관은 훨씬 굵고, 방수·접착 처리를 거친다. 그냥 종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시게루 반의 대표작 퐁피두 메스 센터 (Centre Pompidou-Metz)Photo by Gérald Garitan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고베, 재로 남은 마을에서

1995년 1월, 고베 대지진이 나가타구를 덮쳤다. 그 지역에 살던 베트남 난민 공동체는 살던 집과 다니던 성당을 한꺼번에 잃었다. 시게루 반은 그해 자원봉사 건축가 네트워크(VAN)를 꾸리고 현장으로 갔다.

종이관으로 벽을 세우고 맥주 상자에 모래를 채워 기초로 삼은 '종이 로그 하우스'를 지었다. 성당 자리에는 종이관 58개를 타원형으로 세우고 막 지붕을 얹은 '종이 교회'를 세웠다.

재난 현장에서는 가장 싼 재료로 존엄을 지키려 하고, 미술관에서는 가장 정교한 목구조로 감탄을 자아낸다.
시게루 반의 대표작 종이 로그 하우스 (Paper Log House)Photo by BERLINHISTORY /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종이 교회, 바다를 건너다

고베의 종이 교회는 10년 정도 그 자리를 지켰다. 신자 수가 줄면서 철거 얘기가 나왔을 때, 대만에서 제안이 왔다. 1999년 대지진 피해를 입은 난터우현 타오미 마을이 이 건물을 통째로 받고 싶다고 했다.

2008년, 종이 교회는 분해돼 배로 옮겨졌고 타오미 마을에서 다시 조립됐다. 지금도 그 마을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쓰인다.

재난은 매번 다른 도면을 요구한다

고베 이후로도 그의 현장은 계속 바뀌었다. - 1994년 르완다 난민촌 종이관 쉼터 - 2008년 쓰촨 대지진, 청두의 종이관 임시 학교 -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대피소용 종이 칸막이 시스템 - 2013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카드보드 대성당 크라이스트처치의 그 성당은 원래 무너진 대성당을 대신할 임시 건물로 지어졌는데, 벌써 십 년 넘게 그 도시의 실질적인 대성당 역할을 하고 있다.

메스의 목조 지붕, 그리고 모순

2010년 완공된 프랑스 퐁피두 메스 센터는 전혀 다른 얼굴이다. 육각형 목재 격자를 겹겹이 짜 올린 거대한 지붕 구조로, 시공비도 재난 쉼터와는 비교가 안 된다. 이 건물과 종이 로그 하우스를 같은 사람이 지었다는 게 나는 가끔 이상하게 느껴진다.

재난 현장에서는 가장 싼 재료로 존엄을 지키려 하고, 미술관에서는 가장 정교한 목구조로 감탄을 자아낸다. 둘 다 진심일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 간극을 완전히 편하게 받아들이진 못하겠다.

여전히 어딘가에서 짓고 있다

2014년 시게루 반은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심사평은 그의 재난 구호 작업을 특별히 짚었다.

그가 세운 크라이스트처치의 카드보드 대성당은, 지금도 미사 시간마다 신자들로 자리가 찬다.

쉬어가는 퀴즈

고베에 지어진 종이 교회는 몇 년 뒤 대만으로 옮겨졌나?

  • 가. 약 10년 뒤
  • 나. 1년 뒤
  • 다. 30년 뒤
정답 확인

정답: 가. 약 10년 그 자리를 지키다가, 2008년 대만 타오미 마을로 통째로 옮겨져 다시 조립됐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종이관으로 지은 건물이 정말 안전한가?

그가 쓰는 종이관은 방수 코팅과 접착 처리를 거친 구조용 부재이고, 목재나 철골과 함께 조합해 하중을 분산한다. 일반 종이와는 다르다.

고베의 종이 교회는 지금도 있나?

그렇다. 2008년 대만 난터우현 타오미 마을로 옮겨져 지금도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쓰인다.

참고문헌

  1. Shigeru Ban: Humanitarian Architecture, Aspen Art Museum / Prestel, 2014
  2. Ian Luna & Lauren A. Gould (eds.), Shigeru Ban: Paper in Architecture, Rizzoli, 2009

글쓴이

실내건축과를 졸업했고, 현재 대한민국의 발전소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공간과 재료를 실무 현장의 눈으로 보며, 발전 설비·플랜트의 기능성과 구조·안전의 관점에서 건축을 읽는다. 또한 여행과 건축 답사를 좋아하지만, 경제적 여건 탓에 자주 떠나지는 못한다. 대신 사진과 도면, 기록을 오래 들여다보고, 직접 가 본 곳에서는 현장에서 느낀 공간 경험을 글에 녹이기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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