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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짓는 건축가?/사회와 지역

이타미 준의 이름은 공항에서 왔고, 여권은 끝까지 한국 것이었다

by aclstoryji 2026. 10. 2.

공항 이름을 빌려 쓴 건축가가 제주에서 무엇은 빌리고 무엇은 남겼는지, 실내건축의 눈으로 따라간다.

먼저 알아둘 세 가지
  • 이타미라는 이름이 어느 공항에서 왔는지, 그리고 그가 이름은 빌리면서 여권만은 왜 바꾸지 않았는지.
  • 포도호텔, 방주교회, 수풍석 뮤지엄이 각각 무엇을 빌리고 무엇을 남겼는지 하나씩 짚어 본다.
  • 설비 현장에서는 사고로 읽는 녹을 이 건축가가 어떻게 다뤘는지 확인해 볼 만하다.
이타미 준의 고향과 대표작 위치를 표시한 항해지도
건축 여정 — 고향과 대표작이 자리한 곳
여행 계획 — 지도 번호와 같은 순서다

공항 이름으로 불린 사람

본명은 유동룡이다. 도쿄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건축을 배우고 일했지만, 국적도 본명도 끝까지 놓지 않았다. 건축가로 내건 이름은 이타미 준이다. '이타미'는 그가 이용하던 오사카 이타미 공항에서, '준'은 친구인 음악가 길옥윤이 일본에서 쓰던 예명 '요시야 준'에서 빌렸다고 전해진다. 자유로운 세계인으로서의 건축가가 되자는 뜻을 담았다는 설명도 있다.

이름은 빌렸지만 국적은 빌린 것이 아니었다. 평생 한국 국적을 유지했고 한국 여권을 썼다. 명함과 여권이 서로 다른 이름을 가리키는 채로 평생 일한 사람이다. 1964년 무사시공업대학 건축학과를 졸업했고, 그로부터 4년 뒤인 1968년 자기 이름을 건 건축연구소를 열었다.

4년
졸업에서 연구소 개설까지
3개
수풍석 뮤지엄 전시관 수
2009
방주교회 준공 해

컴퓨터를 들이지 않은 손

그는 끝까지 손으로 그리는 쪽에 섰다. 딸의 전언에 따르면 그는 디지털이 현대 건축을 망치고 있다고 말했고, 손으로 그린 건축에서 나오는 온기와 야성을 강조했다. 국내 언론도 그를 컴퓨터 설계를 멀리한 아날로그 드로잉의 고수로 소개한다.

왜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았는지 이유까지는 자료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실내 도면을 그려 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대목이 있다. 손으로 선을 그으면 벽 두께를 선 하나로 뭉갤 수가 없다. 두께만큼 연필을 눌러야 하고, 그 순간 마감재 한 겹이 종이 위에서 먼저 자리를 차지한다. 컴퓨터에서는 두께를 나중에 숫자로 넣어도 되지만 손으로는 그럴 수 없다.

같은 현상을 한쪽은 사고로, 다른 한쪽은 완성으로 읽는 것이다.

포도호텔은 지붕선부터 오름을 닮았다

제주에서 그의 작업은 1998년 핀크스 골프클럽하우스와 함께 이야기된다. 주제주 일본국총영사관이 정리한 글은 이 건물을 '바람의 조형' 계열의 첫 작품으로 꼽는다. 그는 제주의 지형이 타원에 가깝다고 느껴서인지 스케치도 저절로 타원이 그려진다고 적었다. 형태를 정해 놓고 그린 것이 아니라 땅을 보다가 손이 먼저 움직였다는 고백이다.

2001년에는 같은 핀크스 부지,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에 포도호텔이 문을 열었다. 단층 건물 여러 채가 포도송이처럼 모여 있고, 지붕선에는 제주의 오름과 전통 초가의 선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것이 여러 보도의 공통된 설명이다. 단층이라 어느 채도 높이로 튀지 않고, 바람을 막기 위해 돌을 쌓았다는 설명이 함께 따라붙는다.

멀리 오름이 보이는 언덕에 낮고 둥근 지붕들이 포도송이처럼 이어진 포도호텔 (개념 삽화)
포도호텔 — 사진을 참고해 그린 개념 삽화(실측도 아님)

기사에 따르면 실내 구성이 더 흥미롭다. 채와 채 사이에 작은 올레길 같은 통로가 나 있고, 한가운데에는 동그랗게 천장이 뚫린 중정 '캐스케이드'가 있어 실내에서 날씨가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복도를 복도로 두지 않고 골목으로 만든 셈이다. 다만 곡선 지붕의 이음매와 돌담 둘레의 배수를 십 년 뒤 누가 어떻게 손보는지는 사진과 기사로는 알 수 없다. 실내 마감을 맡아 본 사람이 제일 먼저 궁금해할 대목이다.

방주교회는 물 위에 서 있다

2009년 같은 상천리에 방주교회가 섰다. 노아의 방주를 모티프로 삼았고, 주변에 물 정원을 둘러 건물이 물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실제로 예배가 열리는 교회이지만 종교와 상관없이 건축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유리로 덮은 삼각 박공면이 연못에서 솟아오른 방주교회 (개념 삽화)
방주교회 — 사진을 참고해 그린 개념 삽화(실측도 아님)

이타미 준은 이 형태를 하늘의 움직임에서 끌어냈다고 밝혔다. 그의 설명을 따르면 하늘과 빛이 질주하는 듯한 표면을 나타낸 형태다. 배 모양이라는 설명과 하늘이 달리는 표면이라는 설명이 한 건물 안에서 동시에 성립한다. 형태를 하나의 그림으로 못 박지 않고 보는 사람에게 열어 두는 방식이다.

수풍석은 늙는 재료로 지었다

수풍석 뮤지엄은 물, 바람, 돌 세 전시관으로 나뉜다. 보도에 따르면 물 전시관은 카메라 렌즈를 닮은 원형 건물이고, 뚫린 천장으로 하늘이 물에 비친다. 바람 전시관은 나무로 지었고 나무 틈새를 지나는 바람 소리가 공간의 일부가 된다. 돌 전시관은 현무암과 쇠로 만들었으며 천장 모서리에 비스듬히 뚫은 구멍으로 빛이 바닥에 떨어진다.

지붕이 둥글게 뚫려 하늘이 보이고 바닥에 얕은 물이 고인 수풍석 뮤지엄 물 전시관 내부 (개념 삽화)
수풍석 뮤지엄 물 전시관 내부 — 사진을 참고해 그린 개념 삽화(실측도 아님)

쇠는 시간이 지나면 녹이 슨다. 설비 현장에서 오래 일한 사람에게 녹은 관리가 실패했다는 신호다. 그런데 돌 전시관에서는 그 녹이 세월을 보여 주는 표정으로 소개된다. 같은 현상을 한쪽은 사고로, 다른 한쪽은 완성으로 읽는 것이다. 마감재를 고를 때 우리는 준공 사진을 기준으로 고르고 십 년 뒤의 얼룩은 관리 항목으로 밀어 둔다. 이 전시관은 순서를 뒤집어, 얼룩이 앉은 모습까지를 건물로 본다.

관람은 사전 예약을 해야만 할 수 있다고 보도되었다. 그 공간에서 바람 소리를 들으려면 예약부터 잡아야 하는 셈이다.

땅으로 돌아가는 건물

2010년 그는 제23회 무라노 도고상을 받았다. 국내 보도는 재일동포 건축가로서는 처음이라고 전한다. 이듬해인 2011년에 세상을 떠났다. 딸에게는 건물이 언젠가 폐허가 되어 땅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것이 건축이라고 말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름은 공항에서 빌리고 국적은 끝까지 지킨 사람이 건물에서도 빌릴 것과 지킬 것을 나눴다. 제주의 오름과 초가 지붕선은 빌렸고, 돌과 쇠와 나무가 늙는 시간은 그대로 남겼다. 사진과 기록으로만 따라온 길이라 확인하지 못한 곳이 많다. 그래도 포도호텔과 수풍석을 나란히 놓으면 그렇게 읽힌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이타미 준이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왔나

본명은 유동룡이다. '이타미'는 오사카의 이타미 공항에서, '준'은 친구인 음악가 길옥윤의 일본 예명에서 따왔다고 알려져 있다.

이타미 준은 어느 나라 국적이었나

평생 한국 국적을 유지했고 한국 여권을 썼다. 본명 유동룡도 버리지 않았다.

포도호텔은 언제 어디에 지어졌나

2001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핀크스 부지에 문을 열었다. 단층 건물 여러 채가 포도송이처럼 모인 구성이다.

방주교회는 무엇을 본떠 지었나

노아의 방주를 모티프로 했다. 물 정원이 주변을 둘러 건물이 물 위에 서 있는 모양이며, 2009년에 지어졌다.

수풍석 뮤지엄은 바로 방문할 수 있나

보도 기준으로는 사전 예약을 해야 관람할 수 있다. 운영 방식은 바뀔 수 있으니 방문 전에 운영 안내를 확인해야 한다.

참고문헌

  1. 주제주 일본국총영사관, 재일한국인 건축가 이타미 준의 작품군(포도호텔, 방주교회, 핀크스 골프클럽하우스 등)~일본에서 건너온 제주도의 '풍토 건축', 웹페이지
  2. Korea Times, Architect Jun Itami takes inspiration from nature, 2019-08-18
  3. 한국일보, 포도호텔·온양미술관 지은 '이타미 준'의 건축 세계, 2025-09-16
  4. 경향신문, 제주의 바람·돌·물이 작품이 되는 곳···수풍석 뮤지엄, 2024-03-21
  5. 경인일보, [팔도건축기행·(26)] 제주 포도호텔, 웹기사
  6. 한국경제, 바람, 빛, 돌, 물, 흙 그리고 시간의 건축가 이타미 준, 2019-08-09
  7. 유동룡미술관, 유동룡(이타미 준) 연보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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