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 센터와 로이즈 빌딩의 건축가를 찬양, 비판, 의견, 진실의 순서로 읽고, 설비를 밖으로 뺀 방식의 이점과 유지비를 실내건축의 눈으로 따라간다.
- 배관과 승강기를 건물 밖으로 꺼낸 건축가가 누구인지, 그가 왜 하이테크의 얼굴로 불리는지.
- 퐁피두 센터, 로이즈 빌딩, 마드리드 공항, 웨일스 국회의사당에서 설비를 지도처럼 쓴 방식을 하나씩 짚어 본다.
- 설비를 밖으로 빼면 안이 비는 이점과 바깥이 치르는 유지비를 함께 따져 볼 만하다.
이 글의 순서

난독증 소년이 피렌체에서 런던으로, 거기서 예일까지 갔다
리처드 로저스는 1933년 7월 23일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열한 살이 될 때까지 글을 읽지 못했고, 자신이 난독증이라는 걸 첫아이가 태어난 뒤에야 알았다고 정리된다. 런던의 건축협회 학교(AA)에서 공부해 1959년에 5학년 과정 상을 받았고, 1961년부터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으로 예일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다.
1960년대에는 노먼 포스터, 수 로저스와 함께 팀 포를 꾸렸고, 1967년에 팀이 갈라져 각자 사무실을 열었다. 이후 렌초 피아노와 손잡고 1971년부터 퐁피두 센터를 설계했으며, 1978년에는 자기 이름의 사무실을 세웠다. 이 글은 찬양, 비판, 의견, 진실의 순서로 그를 읽는다. 모두 기록과 사진으로 확인한 범위 안에서다.
1. 찬양 — 설비에 색을 입혀 읽을 수 있게 만들었다
퐁피두 센터 설계 공모에는 1971년에 681건이 응모했고, 오스카 니마이어, 장 프루베, 필립 존슨이 심사했다. 피아노와 로저스의 안이 뽑혔고, 센터는 1977년 1월 31일에 문을 열었다. 연면적은 103,305 m²이고 강철 골조는 약 15,000 ton이다.
이 건물이 내 눈을 붙든 건 배관 색이다. 초록은 배수와 급수, 파랑은 공조 덕트, 노랑은 전기, 빨강은 동선과 안전장치로 나눈다고 한다. 내가 일하는 발전소에서도 배관은 색으로 말을 한다. 도면 없이 현장을 걷는 사람이 흐르는 것을 알아보게 하려는 약속이다. 그 약속을 미술관 외벽에 그대로 꺼내 놓았다는 점이 경쾌하고 낯설어서 좋다.

실내건축 쪽에서는 설비를 밖으로 뺀 대가로 안이 비었다는 점이 반갑다. 천장 속과 벽 속을 비워 두면 칸막이를 옮기는 일이 쉬워진다. 군더더기를 걷어 낸 이 방식이 내 취향이다.
설비를 밖으로 내보내면 안이 비고, 그 값은 바깥이 치른다.
2. 비판 — 설비를 밖으로 빼면 청구서도 밖에서 온다
설비를 밖으로 내보내면 안이 비고, 그 값은 바깥이 치른다. 로이즈 빌딩은 2014년에 입주사인 로이즈가 건물을 떠날까 검토했다고 알려졌다. 당시 최고경영자 리처드 워드는 모든 것이 비바람에 노출되어 있고 그래서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퐁피두 센터도 2025년에 문을 닫고 큰 보수에 들어갔고, 예산은 2억 6,200만 유로로 추산된다. 2014년에는 밀턴 케인스의 주거 단지 옥슬리 우즈에서 물이 스며든 일로 500만 파운드 규모의 법적 청구를 받았다. 보이는 설비는 정비하는 사람 눈에도 보이지만, 그 눈이 늘 같은 값으로 오래가는 건 아니다.
3. 의견 — 기계가 아니라 사용자를 위한 지도
2007년 프리츠커 심사위원단은 그의 작업에서 기계로서의 건물, 투명함, 유연한 평면 같은 주제가 되풀이된다고 짚었다. 나는 조금 달리 읽는다. 기계를 닮아서가 아니라, 설비를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지도로 바꿔 놓은 사람이라고 본다. 이 해석은 내 취향이 섞인 것이라 단정하지 않는다.
2006년 스털링 상을 받은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 4터미널이 이 읽기와 맞는다. 천장은 대나무 판으로 마감했고, 갈라진 기둥은 파랑 북쪽, 빨강 남쪽, 노랑 가운데로 칠해 방향을 알려 주는 길잡이 구실을 한다. 설비를 지도로 쓴 퐁피두의 방식이 공항 안내 체계로 옮겨 간 셈이다.

4. 진실 — 하이테크의 얼굴 뒤에는 도시를 향한 생각이 있었다
확인되는 것과 소개만 되는 것을 나누면 이렇다.
- 퐁피두 센터는 심사위원단에게 엘리트의 기념비를 대중이 드나드는 사회·문화 공간으로 바꾼 건물로 평가받았다.
- 로이즈 빌딩은 처음 설계는 강철이었지만 화재 안전 기준 때문에 콘크리트 골조로 지었다.
- 퐁피두 센터가 처음 열렸을 때 파리에도 네스호 괴물이 생겼다는 혹평이 따라붙었다는 이야기가 함께 돈다.
로이즈 빌딩은 1978년에 시작해 1986년에 끝났고 공사비는 7,500만 파운드였다. 6개의 설비 탑이 둘러선 안쪽에는 높이 60m의 유리 지붕 아트리움이 있다. 승강기는 14대인데 그중 12대가 바깥에 붙은 유리 승강기다. 이 건물은 2011년 12월 19일에 1등급 문화재로 지정되어 당시 가장 젊은 지정 건물이 되었다.

웨일스 국회의사당(카디프)은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지었고, 그는 이 작업으로 2006년 웨일스 전국 문화제에서 건축 금메달을 받았다. 그는 1998년 영국 정부의 요청으로 도시 재생 태스크포스를 꾸려 보고서 『도시 르네상스를 향하여』를 냈다. 2021년 12월 18일 런던에서 88세로 세상을 떠났다.
설비를 밖으로 내보내자 18세기 식당 하나가 들어왔다
실내건축의 눈으로 로이즈 빌딩에서 가장 오래 들여다본 건 11층의 위원회실이다. 18세기에 로버트 애덤이 설계한 식당을 옛 건물에서 조각조각 떼어 새 건물로 옮겨 놓았다. 설비 탑을 밖으로 뺀 덕에 안쪽 평면이 모듈로 정리되었고, 그 틈에 오래된 방이 통째로 들어갈 자리가 생겼다. 칸막이를 더하고 빼며 쓰는 건물이라 방의 용도가 달라져도 버티는 것도 같은 이유다.
찬양할 점과 비판할 점은 한 곳에서 나온다. 그는 설비를 밖으로 내보내 안을 비웠고, 그 값은 바깥이 계속 치르고 있다. 리처드 로저스는 배관을 밖으로 꺼낸 사람이고, 로이즈에서 그 안쪽 11층에는 18세기 식당 한 칸이 앉아 있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퐁피두 센터의 배관 색은 무엇을 뜻하나?
초록은 배수와 급수, 파랑은 공조, 노랑은 전기, 빨강은 동선과 안전장치를 나타낸다. 센터는 1977년 1월 31일에 문을 열었다.
로이즈 빌딩은 왜 유지비가 많이 든다고 하나?
설비를 건물 밖에 둔 탓에 비바람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2014년 입주사가 건물을 떠날까 검토했다고 알려졌다.
참고문헌
- Pritzker Architecture Prize, Richard Rogers 2007 Laureate (announcement and bio)
- Wikipedia, Richard Rogers
- Wikipedia, Centre Pompidou
- Dezeen, The Lloyd's building is Richard Rogers' first high-tech office block (2019)
- Wikipedia, Lloyd's building
- Dezeen, RSHP and Estudio Lamela's Madrid-Barajas airport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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