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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짓는 건축가?/현대건축

렌초 피아노, 도면보다 현장을 먼저 믿다

by aclstoryji 2026. 6. 25.

렌초 피아노의 집안은 아버지부터 형까지 대대로 건설업자였다.

먼저 알아둘 세 가지
  • 렌초 피아노는 대대로 건설업자였던 집안에서 태어났다.
  • 그가 설계한 미술관 하나는 완공 당시 정유공장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 그의 공항 건물 하나는 섬이 가라앉아 지금도 높이를 다시 맞추고 있다.
건축가 렌초 피아노Photo by Columbia GSAPP / CC BY 2.0 / Wikimedia Commons
렌초 피아노의 고향과 대표작 위치를 표시한 항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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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초 피아노는 공사장에서 자랐다

렌초 피아노의 집안은 대대로 건설업자였다. 아버지, 할아버지, 삼촌들, 형까지 다 건물을 짓는 일을 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공사장을 놀이터 삼아 자랐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집안에서 나온 건축가답게 그는 도면보다 현장을 먼저 믿는 편이다. 완성된 형태보다 그 형태가 어떻게 조립되는지를 더 오래 들여다본다는 인상을 준다.

나는 이 배경이 부럽다. 나는 발전 설비 현장에 들어가서야 도면과 실물의 차이를 배웠다. 피아노는 그 차이를 걸음마할 때부터 알았을 것이다.

렌초 피아노의 대표작 퐁피두 센터 (Centre Georges Pompidou)Photo by DiscoA340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루이스 칸 밑에서 배우고, 리처드 로저스를 만나다

피아노는 밀라노 공과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1964년 졸업했다. 이후 필라델피아에서 루이스 칸의 사무소에 잠깐 몸담았고, 런던에서는 경량 구조 전문가 밑에서 일했다.

1971년, 그는 리처드 로저스와 팀을 이뤄 파리 퐁피두 센터 설계 공모에 응모했다. 두 사람은 이 공모에서 당선됐다.

발전소는 아무도 안 보는 지하에 숨기고, 이 건물은 파리 한복판 도로변에 그대로 걸어놨다.
렌초 피아노의 대표작 간사이국제공항 터미널 (Kansai International Airport Terminal)Photo by Bonkers The Clown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렌초 피아노, 배관을 색깔별로 밖에 걸었다

1977년 완공한 퐁피두 센터는 구조와 설비를 건물 안이 아니라 바깥에 그대로 드러냈다. 공기 덕트는 파란색, 배관은 초록색, 전기 계통은 노란색, 에스컬레이터 같은 동선 요소는 빨간색으로 칠했다. 파리 시민들은 처음에 이 건물을 정유공장 같다고 싫어했다. 대신 내부에는 기둥이 거의 없는, 완전히 열린 층이 남았다.

발전소에서도 배관과 덕트를 계통별로 색을 다르게 칠한다. 냉각수 배관, 증기 배관, 전기 트레이를 한눈에 구분하려는 실용적인 이유에서다. 퐁피두 센터가 한 일은 정확히 이 방식이었다. 다만 발전소는 그걸 아무도 안 보는 지하에 숨기고, 이 건물은 파리 한복판 도로변에 그대로 걸어놨다.

렌초 피아노의 대표작 더 샤드 (The Shard)Photo by Diego Delso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간사이 공항, 섬이 계속 가라앉았다

1994년 문을 연 간사이국제공항 터미널은 오사카만의 인공섬 위에 지었다. 길이가 1.7킬로미터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긴 단일 터미널 건물 중 하나다.

문제는 완공 이후에 생겼다. 이 인공섬이 예상보다 빠르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건물은 기둥 밑에 잭을 넣어 침하하는 만큼 계속 높이를 다시 맞추는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알려져 있다.

설계가 아무리 정교해도, 땅 자체가 계속 움직이면 도면은 그 뒤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침하를 완전히 막을 수 없다면, 침하에 맞춰 건물이 함께 움직이게 만드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렌초 피아노의 대표작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 (California Academy of Sciences)Photo by Brocken Inaglory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런던의 유리 파편과, 식물로 덮은 지붕

2012년 완공한 런던의 더 샤드는 완공 당시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사진으로 보면, 유리 외피가 여러 면으로 갈라져 마치 깨진 유리 조각 하나가 하늘을 향해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2008)는 정반대 인상을 준다. 지붕 전체를 토종 식물로 덮었다. 뾰족한 유리 탑과 식물 지붕, 같은 사람이 설계했다고 보기 어려운 두 건물이 몇 년 간격으로 나왔다.

건축가에서 종신 상원의원이 되다

1998년, 렌초 피아노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받았다. 2013년에는 이탈리아 대통령이 그를 종신 상원의원으로 임명했다.

공사장에서 뛰어놀던 아이가, 이제 이탈리아 의회 의석을 갖고 있다. 그런데 지금도 그는 제노바의 자기 작업실에서 도면보다 모형을 먼저 만진다고 알려져 있다. 부럽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렌초 피아노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

이탈리아 건축가다. 1937년 제노바에서 태어났고, 집안 대대로 건설업에 종사했다.

퐁피두 센터는 왜 특이한 건물인가?

구조와 배관, 덕트, 에스컬레이터 같은 설비를 건물 안이 아니라 밖에 그대로 드러내고, 기능별로 색을 다르게 칠했기 때문이다. 완공 당시 파리 시민들은 정유공장 같다며 싫어했다.

간사이국제공항은 왜 침하 문제를 겪었나?

오사카만에 만든 인공섬 위에 지었는데, 이 섬이 예상보다 빠르게 가라앉았다. 기둥 밑에 잭을 넣어 침하하는 만큼 높이를 계속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알려져 있다.

렌초 피아노의 다른 대표작은 무엇인가?

런던의 더 샤드, 샌프란시스코의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 등이 있다.

참고문헌

  1. The Pritzker Architecture Prize 1998 Citation: Renzo Piano, The Hyatt Foundation, 1998
  2. Renzo Piano, Giornale di bordo (Logbook), Monacelli Press, 1997
  3. Centre Pompidou, 건물 연혁("Histoire du bâtiment") 소개 페이지
  4. Senato della Repubblica, 2013년 종신 상원의원(senatori a vita) 임명 공고(렌초 피아노)

글쓴이

실내건축과를 졸업했고, 현재 대한민국의 발전소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공간과 재료를 실무 현장의 눈으로 보며, 발전 설비·플랜트의 기능성과 구조·안전의 관점에서 건축을 읽는다. 또한 여행과 건축 답사를 좋아하지만, 경제적 여건 탓에 자주 떠나지는 못한다. 대신 사진과 도면, 기록을 오래 들여다보고, 직접 가 본 곳에서는 현장에서 느낀 공간 경험을 글에 녹이기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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