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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짓는 건축가?/도시와 논쟁

로버트 벤투리, 노인 아파트에 가짜 안테나를 세우다

by aclstoryji 2026. 7. 5.

길드 하우스 옥상의 금색 TV 안테나는 방송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먼저 알아둘 세 가지
  • 로버트 벤투리는 노인 아파트 옥상에 방송이 안 잡히는 가짜 안테나를 세웠다.
  • 그는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유명한 말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 1991년 프리츠커상은 그 혼자 받았는데, 지금도 논쟁거리다.
건축가 로버트 벤투리Photo by Smallbones / CC0 /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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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아파트 옥상에 세운 가짜 안테나

1963년 필라델피아에 지은 길드 하우스는 저소득 노인들을 위한 아파트였다. 완공 당시 이 건물 옥상에는 금색으로 칠한 커다란 TV 안테나 조형물이 서 있었다. 실제로 방송을 잡는 용도가 아니었다.

로버트 벤투리는 이걸 일부러 세웠다. 입주자 대부분이 하루 대부분을 TV 앞에서 보낸다는 사실을, 건물이 정직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고상한 취향의 건축가라면 절대 하지 않을 선택이었다.

나는 이 얘기를 처음 듣고 조금 웃었다. 진지한 척하지 않고, 이 안테나가 뭘 위한 건지를 그냥 인정해 버린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로버트 벤투리의 대표작 바나 벤투리 하우스 (Vanna Venturi House)Photo by Smallbones /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로마에서 2년, 그리고 미스에게 반박문을 썼다

벤투리는 1925년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났다. 프린스턴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고, 1954년부터 2년간 로마상을 받아 로마에 머물렀다.

그 2년이 그를 바꿨다. 모더니즘 건축학교에서 배운 대로라면 장식은 거짓이었다. 그런데 로마 거리에는 미켈란젤로와 보로미니가 남긴, 모순되고 과장되고 뒤섞인 건물들이 있었다. 벤투리는 그게 더 정직하다고 느꼈다.

1966년, 그는 '건축의 복합성과 대립성'이라는 책을 냈다.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유명한 말 '적을수록 풍요롭다'를 정면으로 받았다. 벤투리는 이렇게 썼다. '적을수록 지루하다.'

적을수록 지루하다.
로버트 벤투리의 대표작 길드 하우스 (Guild House)Photo by Elliott Brown / CC BY 2.0 / Wikimedia Commons

로버트 벤투리와 데니즈 스콧 브라운, 오리와 장식된 헛간

1968년, 벤투리와 아내 데니즈 스콧 브라운은 예일대 학생들을 데리고 라스베이거스로 갔다. 카지노 거리의 간판과 건물을 실측하고 사진 찍는 수업이었다. 이 결과물이 1972년 '라스베이거스로부터 배우기'라는 책이 됐다.

이 책에서 그들은 건물을 두 종류로 나눴다. - 오리(duck): 건물 형태 자체가 상징이 되는 경우 (오리 모양 가게에서 오리알을 파는 식) - 장식된 헛간(decorated shed): 평범한 상자 건물에 간판과 장식을 붙여 의미를 전달하는 경우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들은 대부분 후자였다. 건물은 그냥 상자고, 정보와 상징은 전부 간판이 짊어졌다.

발전소도 사실 장식된 헛간에 가깝다. 배관과 설비가 다 들어간 상자 건물에, 안전 표지판과 계통도 라벨이 붙어 그 건물이 뭘 하는 곳인지 알려준다. 벤투리가 라스베이거스에서 본 걸, 나는 매일 다른 업종에서 보고 있었던 셈이다.

로버트 벤투리의 대표작 내셔널 갤러리 세인즈버리관 (Sainsbury Wing, National Gallery)Photo by Richard George / CC BY 2.5 / Wikimedia Commons

어머니를 위해 지은 집이 건축사를 바꿨다

1964년 완공한 바나 벤투리 하우스는 필라델피아 체스트넛힐에, 그의 어머니를 위해 지은 작은 집이다. 사진으로 보면 정면 박공(페디먼트) 한가운데가 갈라져 있다. 고전 건축의 문법을 가져오되, 일부러 깨뜨렸다.

많은 건축사가들이 이 집을 포스트모던 건축의 첫 사례로 꼽는다. 방 몇 개짜리 작은 집 하나가 그 정도 무게를 갖는다는 게, 나는 여전히 신기하다.

로버트 벤투리의 대표작 시애틀 미술관 (Seattle Art Museum)Photo by Joe Mabel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프리츠커상은 그 혼자 받았다

1991년, 벤투리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받았다. 상은 그 한 사람에게만 갔다. 그런데 '건축의 복합성과 대립성' 이후 그의 거의 모든 대표작과 이론서는 아내 데니즈 스콧 브라운과 함께 만든 것이었다. '라스베이거스로부터 배우기'도 두 사람과 스티븐 이제너, 세 명 공저다.

2013년, 하버드 대학원 학생들이 청원을 냈다. 스콧 브라운을 1991년 수상자로 소급 인정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프리츠커 위원회는 과거 수상을 바꾸지 않는다는 원칙을 들어 거절했다.

나는 이 부분에서 판단을 유보한다. 두 사람이 실제로 얼마나 균등하게 작업했는지 내가 정확히 알 방법은 없다. 다만 상이 그 한 사람에게만 갔다는 사실, 그리고 그 결정이 지금까지도 논쟁거리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작은 집, 큰 목소리

벤투리는 2018년 9월, 필라델피아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아흔셋이었다. 가족들은 그가 몇 해 동안 알츠하이머병을 앓았다고 밝혔다.

그가 남긴 문장 하나가 나는 계속 마음에 걸린다. '적을수록 지루하다.' 발전 설비 도면에서는 여전히 적을수록 안전하다. 부품이 적을수록 고장 날 데도 적다. 길드 하우스 옥상의 그 가짜 안테나는, 지금은 철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로버트 벤투리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 건축가다. 1925년 태어나 2018년 같은 도시에서 세상을 떠났다.

오리와 장식된 헛간은 무슨 뜻인가?

벤투리와 데니즈 스콧 브라운이 '라스베이거스로부터 배우기'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건물 형태 자체가 상징인 경우를 오리, 평범한 상자 건물에 간판으로 의미를 붙인 경우를 장식된 헛간이라 불렀다.

로버트 벤투리의 대표작은 무엇인가?

필라델피아의 바나 벤투리 하우스와 길드 하우스, 런던 내셔널 갤러리 세인즈버리관, 시애틀 미술관 등이 있다.

참고문헌

  1. Robert Venturi, Complexity and Contradiction in Architecture, The Museum of Modern Art, 1966
  2. Robert Venturi, Denise Scott Brown, Steven Izenour, Learning from Las Vegas, MIT Press, 1972
  3. The Pritzker Architecture Prize 1991 Citation: Robert Venturi, The Hyatt Foundation, 1991
  4. 2013년 하버드 GSD 학생 청원, 데니즈 스콧 브라운 프리츠커상 소급 공동수상 요청 기록
  5. Denise Scott Brown, Having Words, Architectural Association Publications, 2009

글쓴이

실내건축과를 졸업했고, 현재 대한민국의 발전소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공간과 재료를 실무 현장의 눈으로 보며, 발전 설비·플랜트의 기능성과 구조·안전의 관점에서 건축을 읽는다. 또한 여행과 건축 답사를 좋아하지만, 경제적 여건 탓에 자주 떠나지는 못한다. 대신 사진과 도면, 기록을 오래 들여다보고, 직접 가 본 곳에서는 현장에서 느낀 공간 경험을 글에 녹이기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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