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는 건축가?2026. 6. 26.by aclstoryji

찬탄과 회의가 같은 건물 위에 공존하게 만드는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

찬양 · 비판 · 의견 · 진실의 네 시선으로 다시 읽는 건축가 에세이

산티아고 칼라트라바 — 뼈대를 드러낸 건축, 그 대가의 청구서

엔지니어의 계산과 조각가의 손이 만난 자리에서 건축은 움직였지만, 그 움직임의 유지비는 누구의 몫인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Photo by Ken Lund from Reno, Nevada, USA / CC BY-SA 2.0 / Wikimedia Commons

건축가이기 전에 엔지니어였던 사람

산티아고 칼라트라바는 1951년 스페인 발렌시아 인근 베니마멧에서 태어났다. 발렌시아 공과대학(ETSA Valencia)에서 건축을 공부한 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ETH Zürich)에서 토목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건축가이면서 동시에 구조 엔지니어라는 그의 이중 정체성은 후천적으로 덧붙은 것이 아니라 교육 과정 자체에서 형성된 것이다.

이 이력은 그의 작업을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많은 건축가가 형태를 먼저 그리고 구조를 나중에 끼워 맞춘다면, 칼라트라바는 하중이 전달되는 경로 자체를 형태의 언어로 삼는다. 발전 설비 도면을 볼 때 가장 먼저 따라가는 것이 하중 경로와 응력의 흐름인데, 그의 건축은 바로 그 흐름을 외부로 노출시켜 보여준다. 보통은 외피 뒤로 감추는 것을 그는 전면에 내건다.

그래서 그의 건축은 '구조 표현주의(structural expressionism)'로 분류된다. 골격, 새의 날개, 눈, 척추 같은 생체 구조에서 형태를 끌어오는 그의 백색 구조물들은 공학적 계산의 결과인 동시에 조각적 의도의 산물이다. 그는 건축과 토목, 그리고 조각을 분리하지 않은 드문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Turning TorsoPhoto by Väsk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움직이는 뼈대 — 구조가 곧 표정이 될 때

2001년 완공된 미국 밀워키 미술관의 쿼드라치 파빌리온(Quadracci Pavilion)은 그의 어휘를 압축한다. 호숫가를 향해 펼쳐진 거대한 차양 구조 '브리즈솔레유'는 새의 날개처럼 실제로 열리고 닫힌다. 정적이어야 할 건축에 운동을 도입한 이 발상은, 구조를 기능의 종속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표정을 가진 존재로 다루려는 시도였다.

2005년 스웨덴 말뫼에 완공된 터닝 토르소(Turning Torso)는 약 190미터 높이의 주거 타워가 위로 올라가며 90도 비틀리는 형태다. 인체의 척추가 회전하는 모습을 모티프로 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비정형 형태는 풍하중과 비틀림 응력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므로, 외관의 우아함 뒤에는 일반 직선 타워와는 차원이 다른 구조 해석이 깔려 있다.

설비를 다루는 현장의 눈으로 보면, 움직이는 구조물은 곧 마모되는 구조물이다. 회전부와 가동부는 정지된 부재보다 점검 주기가 짧고 고장 가능성이 높다. 칼라트라바의 건축이 보여주는 운동성은 분명 매혹적이지만, 그 매혹의 일부는 시간이 지나며 유지보수의 부담으로 환산된다는 점도 함께 읽어야 한다.

Milwaukee Art MuseumPhoto by Michael Hicks (Mulad) / CC BY 2.0 / Wikimedia Commons

현장에서만 느껴지는 것 — 빛과 흰 골조 사이

그의 건축은 도면이나 사진보다 직접 그 아래 서 봤을 때 비로소 이해되는 면이 있다. 발렌시아의 예술과학도시(City of Arts and Sciences)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에 걸쳐 단계적으로 조성된 복합 단지로, 천문관·과학관·오페라하우스 등 여러 건물이 흰색 골조와 수면 위에 배치되어 있다. 반사된 빛이 흰 구조 사이로 흩어지는 광경은 평면도로는 결코 전달되지 않는다.

여러 도시를 직접 찾아다니며 공간을 경험해 보면, 칼라트라바의 건물은 멀리서 볼 때의 인상과 그 안에서 머무는 경험이 다르게 다가온다. 외부의 조각적 형태가 압도적인 반면, 내부에서는 그 형태가 만들어내는 강한 사선과 반복되는 늑골 구조가 사람의 동선과 시선을 특정 방향으로 강하게 유도한다. 이를 극적인 공간 체험으로 보는 시각과, 기능적 자유도를 제약한다고 보는 시각이 함께 존재한다.

흥미로운 것은 재료의 단일함이다. 그는 대체로 백색 콘크리트와 강재, 유리를 절제된 팔레트로 사용한다. 색을 덜어낸 만큼 형태와 빛, 그림자가 전면에 나선다. 이 절제는 실내 계획의 관점에서 보면 양날의 검이다. 공간은 명료해지지만, 흰 표면은 오염과 변색에 취약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데 지속적인 비용이 든다.

City of Arts and SciencesPhoto by Justraveling.com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청구서의 진실 — 스펙터클과 운영 사이의 거리

칼라트라바의 이름에는 찬사만큼이나 분쟁의 기록이 따라붙는다. 2016년 완공된 뉴욕 세계무역센터 교통 허브(World Trade Center Transportation Hub), 일명 오큘러스는 약 4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들어 초기 예산을 크게 초과한 것으로 널리 보도됐다. 발렌시아 예술과학도시 역시 당초 추정을 크게 웃도는 비용과 일부 시설의 하자 문제가 현지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2008년 완공된 베네치아의 콘스티투치오네 다리(Ponte della Costituzione)는 유리 보행면의 미끄러움과 접근성 문제로 논란이 됐고, 유지비와 설계를 둘러싼 법적 다툼으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사례들은 그의 건축이 시각적 완성도에서 거둔 성취와, 장기 운영·안전·유지보수의 영역에서 남긴 과제가 별개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발전소처럼 수십 년의 운전 수명을 전제로 설계되는 시설에서는 준공 시점의 완성도보다 운영 단계의 신뢰성이 평가의 핵심이다. 그 기준을 건축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온당한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칼라트라바의 작업은 건축이 도시의 상징이 되는 순간의 힘을 가장 강렬하게 입증하지만, 동시에 그 상징을 떠받치는 비용이 누구에게, 얼마나 오래 청구되는가라는 질문을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찬탄과 회의가 같은 건물 위에 공존하는 것, 그것이 칼라트라바를 둘러싼 가장 정직한 평가일 것이다.

World Trade Center Transportation HubPhoto by Rhododendrites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참고문헌

  1. Alexander Tzonis, Santiago Calatrava: The Poetics of Movement, Universe/Thames and Hudson, 1999
  2. Philip Jodidio, Santiago Calatrava: Complete Works 1979–2007, Taschen, 2007
  3. 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s, Gold Medal Award: Santiago Calatrava (2005), AIA, 2005
  4. Alexander Tzonis and Liane Lefaivre, Santiago Calatrava: The Complete Works, Expanded Edition, Rizzoli,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