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는 건축가?2026. 7. 26.by aclstoryji

스위치, 걸레받이, 손잡이, 이름표를 지우고 정밀도와 그 정밀도를 유지하기 위한 규율을 남긴 건축가 "존 포슨"

찬양 · 비판 · 의견 · 진실의 네 시선으로 다시 읽는 건축가 에세이

존 포슨, 이름표를 지운 방

덜어낸 자리마다 더 높은 정밀도를 요구한 사람, 그리고 그 요구를 감당하는 쪽은 누구인가

존 포슨(John Pawson, 1949–)는 영국을(를) 대표하는 미니멀리즘 건축가입니다. 이 글에서는 존 포슨의 생애와 대표작, 건축 철학을 찬양·비판·의견·진실의 네 시선으로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Novy Dvur MonasteryPhoto by Eva Haunerová / CC BY 2.5 / Wikimedia Commons

모건축 여정_건축가와 함께한 곳

존 포슨(John Pawson, 1949–)는 영국의 미니멀리즘 건축가입니다. 덜어낸 자리마다 더 높은 정밀도를 요구한 사람, 그리고 그 요구를 감당하는 쪽은 누구인가. 발전소에서 배관은 익명일 수 없다. 유체 종류에 따라 도색 색이 정해지고, 표면에는 흐름 방향 화살표가…
여행 계획 — 구글 지도로 열기

모든 배관에는 이름표가 붙는다

발전소에서 배관은 익명일 수 없다. 유체 종류에 따라 도색 색이 정해지고, 표면에는 흐름 방향 화살표가 찍힌다. 계통 번호가 적힌 태그가 걸리고, 밸브마다 고유 번호가 붙는다. 처음 현장에 들어가서 외워야 하는 것이 그 규칙이다. 어느 계통인지 모르는 배관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이름표가 없으면 판단할 수 없고, 판단할 수 없으면 만질 수 없다.

존 포슨의 실내 사진을 처음 본 날, 정확히 반대편 극단을 봤다. 스위치가 눈에 띄지 않고, 문에 손잡이가 없고, 수납장이 벽면과 구분되지 않는다. 어디를 밀어야 문이 열리는지 사진만으로는 알 수 없다. 처음에는 불편해 보였다. 며칠 지나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그가 지운 건 물건이 아니라 표시다. 짐이 사라진 게 아니라 벽이 그 짐을 삼킨 것이다.

Sackler CrossingPhoto by Ian Paterson / CC BY-SA 2.0 / Wikimedia Commons

핼리팩스의 직물 가업에서 도쿄까지

존 포슨은 1949년 잉글랜드 요크셔 핼리팩스에서 태어났다. 집안은 섬유업을 했고 그도 한동안 가업에 몸담았다가 떠났다. 이후 여러 해를 여행과 체류로 보냈고, 그 가운데 일본에서 지낸 시간이 자주 언급된다. 도쿄에서 디자이너 구라마타 시로와 교류한 일이 그의 이력에서 반복해 인용되는 대목이다.

영국으로 돌아와 런던 건축협회(AA)에서 공부했으나 과정을 마치지 않고 나왔다. 1981년 런던에 자기 사무소를 열었다. 1995년 뉴욕 매디슨 애비뉴의 캘빈클라인 매장이 이름을 크게 알린 계기가 됐다.

여기에 비판의 자리가 있다. 그 매장 이후 절제된 흰 벽과 빈 진열대가 고급 브랜드 매장의 표준 문법처럼 퍼졌다. 포슨 개인의 책임이라고 하긴 어렵다. 다만 어떤 언어든 대량으로 복제되면 뜻이 얇아진다. 원래 무엇을 덜어내려던 방식이었는지가 배경 장식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St Moritz Church AugsburgPhoto by User:ReclaM / CC BY 2.5 / Wikimedia Commons

존 포슨이 걸레받이를 없앤 자리

실내건축을 배울 때 걸레받이가 왜 있는지부터 배운다. 벽과 바닥이 만나는 자리의 오차를 덮고, 청소할 때 벽면 하단이 상하는 것을 막는다. 실용적인 부재다. 포슨은 그것을 없애고 그 자리에 그림자 홈을 넣는다. 벽면이 바닥에서 몇 밀리미터 떠 있고, 그 틈이 어두운 선으로 남는다.

이 디테일이 현장에 무엇을 요구하는지는 해본 사람만 안다. 홈의 폭이 전 구간에서 일정하려면 바닥 레벨과 벽면 수직도가 함께 맞아야 한다. 한쪽 벽에서 홈이 8밀리미터인데 반대편에서 11밀리미터가 되면 그 차이가 그대로 보인다. 걸레받이는 오차를 덮고, 그림자 홈은 오차를 드러낸다. 덜어낸 만큼 정밀도를 올려야 성립하는 방식이다.

10년 뒤도 함께 봐야 한다. 그 홈에는 먼지가 앉는다. 청소기 헤드가 들어가지 않는 폭이면 관리는 손으로 넘어간다. 매끄러운 표면일수록 손자국과 얼룩이 먼저 보이고, 수납이 벽 안으로 들어가면 물건을 밖에 둘 자리가 없어진다. 미니멀리즘을 향한 비판 중 가장 실질적인 것이 여기 있다. 이 공간은 사는 사람에게 규율을 요구한다. 그 규율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는 지적도 함께 따라온다.

Design Museum LondonPhoto by Anthony O'Neil / CC BY-SA 2.0 / Wikimedia Commons

노비 드부르, 빛이 없는 시간의 교회

2004년 체코 서부에 노비 드부르 수도원이 완공됐다. 프랑스 셉퐁 수도원에서 온 트라피스트 공동체를 위한 건물이다. 남아 있던 바로크 시대 저택을 고쳐 쓰고, 거기에 새 익랑을 붙여 회랑을 이루는 구성이다. 교회 내부는 흰 벽면과 최소한의 재료로 정리됐고, 광원이 직접 보이지 않는다. 벽 뒤와 천장 틈에서 빛이 새어 나온다.

그런데 트라피스트의 하루는 새벽에 시작한다. 성무일도의 첫 시간에 창밖은 아직 어둡다. 이 교회에서 수도자가 가장 오래 마주하는 시간대에는 자연광이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건물의 빛 설계는 하루의 일부만을 위한 장치일 수 있다. 추측이다. 다만 그렇게 보면 절제의 성격이 달라진다. 볼거리를 지운 것이 아니라, 어두울 때 남는 것만 남긴 쪽에 가깝다.

2013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의 성 모리츠 교회 재정비도 같은 방향에 있다. 후진 창에 얇게 켠 오닉스 판을 넣어 직사광을 걸러 들이는 방식이 알려져 있다. 돌을 얇게 켜면 빛이 통과한다는 성질을 쓴 것이다. 두 교회 모두 빛을 보여주지 않고 걸러서 내놓는다.

물 위에 세운 청동 울타리

2006년 런던 큐 가든 호수 위에 새클러 크로싱이 놓였다. 완만하게 굽은 보행교다. 바닥은 화강석 판이고 수면에 가깝게 낮게 깔린다. 양옆에는 청동 각봉이 촘촘히 선다. 이 다리의 핵심은 그 각봉이 서 있는 방식에 있다.

다리를 따라 비스듬히 보면 각봉이 서로 겹쳐 벽처럼 닫힌다. 정면에서 보면 사이가 열려 물이 그대로 보인다. 같은 난간이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밀도가 된다. 만약 그 다리를 걷게 된다면, 걸음이 옮겨질 때마다 옆이 닫혔다 열리는 것을 눈보다 몸이 먼저 알아챌 것 같다.

발전소 안전난간은 정확히 반대 원리로 만들어진다. 어느 각도에서 보든 같아야 하고, 상부 난간대와 중간 난간대, 발끝막이판이 규정된 위치에 있어야 한다. 난간이 시야에 따라 달라지면 그건 결함이다. 두 난간을 나란히 놓으면 목적의 차이가 선명해진다. 하나는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있고, 하나는 눈이 열리게 하려고 있다. 어느 쪽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흥미롭다.

결론: 존 포슨이 지운 것과 남긴 것

존 포슨은 1949년 핼리팩스에서 태어나 1981년 런던에 사무소를 열었다. 노비 드부르 수도원과 새클러 크로싱, 아우크스부르크 성 모리츠 교회를 거쳤고, 2016년 켄싱턴으로 옮긴 런던 디자인 뮤지엄에서는 실내를 맡았다. 1960년대에 지어진 옛 건물의 외피와 구조 재생은 다른 팀이 담당했다. 한 건물에 여러 이름이 얹히는 일은 흔하고, 그 구분은 적어두는 편이 낫다.

그가 지운 목록은 일정하다. 스위치, 걸레받이, 손잡이, 이름표. 남긴 것도 일정하다. 밀리미터 단위의 정밀도와 그 정밀도를 유지하기 위한 규율. 둘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몸이다. 덜어낸 만큼 누군가는 더 정확해져야 한다.

그래서 처음 이야기로 돌아오게 된다. 발전소에서 이름표는 안전이다. 모르는 사람이 와도 배관 색과 화살표만 보면 최소한의 판단을 할 수 있다. 이름표가 지워진 공간은 그 규칙을 아는 사람에게만 열린다. 큐 가든의 다리는 표를 산 누구나 건널 수 있지만, 손잡이가 없는 문은 그 집을 아는 사람의 것이다. 아름다움이 문턱이 되는 지점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의 흰 벽 사진을 볼 때마다 이 물음이 조금씩 늦게 도착한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존 포슨은 건축가인가 디자이너인가?

포슨은 런던 건축협회(AA)에서 공부했으나 과정을 마치지 않고 나왔고, 이후 1981년 자기 사무소를 열었다. 건축과 인테리어, 제품 디자인을 넘나들며 작업해왔기 때문에 디자이너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대형 건축 프로젝트에서는 협력 사무소와 함께 일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노비 드부르 수도원은 어떤 건물인가?

2004년 체코 서부에 완공된 트라피스트 수도원이다. 남아 있던 바로크 시대 저택을 고쳐 쓰고 새 익랑을 붙여 회랑 구성을 만들었다. 교회 내부는 광원이 직접 보이지 않도록 처리해 벽면 뒤와 천장 틈에서 빛이 새어 나오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새클러 크로싱은 왜 난간이 열렸다 닫히는 것처럼 보이나?

다리 양옆에 촘촘히 선 청동 각봉 때문이다. 다리를 따라 비스듬히 보면 각봉이 겹쳐 벽처럼 닫히고, 정면에서 보면 사이가 열려 물이 보인다. 2006년 런던 큐 가든 호수 위에 놓인 보행교이며 화강석 바닥이 수면 가까이 낮게 깔려 있다.

미니멀리즘 인테리어의 실제 단점은 무엇인가?

덜어낸 만큼 시공 정밀도가 높아져야 하고, 사용 중에는 관리 부담이 커진다. 걸레받이 대신 넣는 그림자 홈은 먼지가 앉기 쉬운데 청소 도구가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수납이 벽 안으로 들어가면 물건을 밖에 둘 자리가 없어져 생활 방식 자체가 규율에 맞춰져야 한다.

런던 디자인 뮤지엄에서 존 포슨이 맡은 부분은 어디까지인가?

2016년 켄싱턴으로 옮긴 디자인 뮤지엄에서 포슨은 실내 설계를 맡았다. 1960년대에 지어진 기존 건물의 외피와 구조 재생은 다른 설계팀이 담당했다. 한 건물에 여러 설계 주체가 관여한 사례이므로 귀속을 구분해 보는 편이 정확하다.

참고문헌

  1. Pawson, John, Minimum, Phaidon Press, 1996
  2. Morris, Alison, John Pawson: Plain Space, Phaidon Press, 2010
  3. Sudjic, Deyan, John Pawson: Works, Phaidon Press, 2000
  4. The Architectural Review, 노비 드부르 수도원 특집, 2004 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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