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칼보, 미래의 숲은 어디에 뿌리내리는가
자연의 형태를 빌려 도시의 에너지와 생태를 다시 설계하려 한 건축가의 도면을, 실제 건물과 아직 오지 않은 미래 사이에서 읽는다.
빈센트 칼보(Vincent Callebaut, 1977–)는 벨기에을(를) 대표하는 생태 건축 건축가입니다. 이 글에서는 빈센트 칼보의 생애와 대표작, 건축 철학을 찬양·비판·의견·진실의 네 시선으로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Photo by Meriboo / CC0 / Wikimedia Commons건축 여정_건축가와 함께한 곳

사진 속에서 먼저 자라는 건물
발전소 옥상에서 식물이 자라는 장면을 떠올리면, 처음에는 낯설다. 발전소의 지붕은 대개 방수층과 금속 난간, 설비 점검을 위한 보행로로 구성된다. 그 위에 흙이 올라가고 나무가 심어진다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아름다움보다 하중과 배수다. 비가 온 뒤 물이 어디로 빠지는지, 뿌리가 방수층을 밀어 올리지 않는지, 강풍이 불 때 식재가 외장재와 어떻게 버티는지부터 확인하게 된다.
빈센트 칼보의 건축 이미지를 처음 접했을 때도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나무가 발코니를 점령하고, 타워가 DNA처럼 비틀리고, 바다 위에 도시가 떠 있다. 눈은 쉽게 매혹되지만 손은 잠시 멈춘다. 이 장면은 정말 건축일까, 아니면 건축이 되기를 기다리는 미래의 도면일까. 칼보를 읽는 일은 바로 그 망설임에서 시작된다.
Photo by Marie-Lan Nguyen / CC BY 2.5 / Wikimedia Commons라 루비에르에서 파리까지, 생태를 형태로 번역하다
빈센트 칼보는 1977년 벨기에 라 루비에르에서 태어났다고 본인 인터뷰에서 밝혔다. 산업 위기를 겪은 지역에서 자란 기억은 그의 도시관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는 석탄과 철강의 시대를 지나온 지역의 풍경을 배경으로, 도시를 소비하는 기계가 아니라 에너지와 물질을 순환시키는 생태계로 다시 상상한다. 2000년 브뤼셀의 빅토르 오르타 건축학교에서 학위를 받고 파리로 옮긴 뒤, Odile Decq와 Massimiliano Fuksas의 사무실에서 경험을 쌓았다는 이력도 확인된다. [출처](https://vincent.callebaut.org/object/180728_lemonde/lemonde/publications)
칼보가 사용하는 ‘Archibiotic’이라는 말은 architecture, biotechnology,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를 결합한 조어다. 그는 자연의 외형만 복사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에너지를 얻고 폐기물을 다시 자원으로 돌려보내는 방식을 건축에 적용하려 한다. 그의 공식 인터뷰에서도 도시를 생태계로, 동네를 숲으로, 건물을 사람이 사는 나무로 보자는 관점이 반복된다. [공식 인터뷰](https://vincent.callebaut.org/object/230217_theearthandi/theearthandi/publications)
이 지점에서 칼보는 단순히 초록색 외피를 제안하는 건축가와 갈라진다. 그에게 식물은 장식이 아니라 열과 탄소, 먹거리와 공동체를 다루는 설비에 가깝다. 다만 자연의 작동 원리를 건축물에 옮기는 순간, 생명은 다시 관리 대상이 된다. 숲은 스스로 자라지만, 발코니의 나무는 누군가 물을 주고 가지를 치며 병충해를 확인해야 한다.
Photo by André Karwath aka Aka / CC BY-SA 2.5 / Wikimedia CommonsDNA를 닮은 탑, 타오 주 인 위안
칼보의 작업 가운데 실제로 지어진 건축을 이야기하려면 타이베이의 Tao Zhu Yin Yuan을 먼저 봐야 한다. 과거 Agora Garden Tower로도 불린 이 주거 타워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된 프로젝트로 공식 목록에 올라 있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며 건물이 이중나선처럼 회전하고, 공식 설명은 DNA의 구조에서 형태적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다. [프로젝트 목록](https://vincent.callebaut.org/projects/)
사진으로 보면 각 층의 발코니가 조금씩 방향을 바꾸며 바깥으로 펼쳐진다. 그 틈에는 약 2만 3천 개의 나무·관목·식물이 들어가고, 각 주거 세대에는 약 165제곱미터 규모의 하늘정원이 계획되었다고 설계사무소는 설명한다. 건물 전체가 한 번에 초록색으로 덮인 것이 아니라, 주거의 가장자리가 반복적으로 바깥으로 밀려나며 식재 공간을 만든 구조다. [공식 프로젝트 설명](https://vincent.callebaut.org/object/210128_taozhuyinyuan/taozhuyinyuan/projects)
실내건축을 공부한 사람의 눈으로 보면 이 장면은 곧 생활의 문제로 바뀐다. 정원은 거실의 전망을 넓혀주지만, 동시에 토양과 관수관, 배수구와 방수층을 곁에 둔다. 식재가 잘 자랄수록 관리해야 할 생물량도 늘어난다. 칼보의 장점은 주거와 자연을 분리하지 않은 데 있고, 그 한계는 자연을 건물 안에 들이는 순간 운영의 책임이 커진다는 데 있다.
떠 있는 도시와 날개 달린 농장
Lilypad는 기후 난민을 위한 부유형 생태도시 제안이다. 연꽃 잎처럼 생긴 거대한 구조체 안에 주거와 농업, 수처리와 에너지 생산을 함께 넣고,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는 자립형 도시를 상상했다. Dragonfly는 뉴욕 이스트강의 루스벨트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수직 농장 제안이다. 곤충의 날개를 닮은 거대한 구조 안에 주거와 사무실, 도시농업을 겹쳐 놓았다. 두 작업 모두 칼보의 공식 프로젝트 목록에 개념 제안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완공된 건축물은 아니다. [공식 프로젝트 목록](https://vincent.callebaut.org/projects/)
이 두 작품은 현실보다 먼저 질문을 던진다. 도시가 식량을 외부 농촌에만 의존하지 않을 수 있는가. 기후 재난으로 거주지를 잃은 사람들이 육지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가. 질문은 분명하다. 그러나 실제로 만들려면 부유 구조체의 피로, 염해와 부식, 화재 대피, 식수 확보, 해상 풍랑과 유지보수 동선이 뒤따른다.
발전소에서는 하나의 설비가 멈추지 않도록 보조계통과 우회계통을 둔다. 자연을 닮은 건물도 마찬가지다. 태양광이 부족한 날, 농업 시스템이 병드는 날, 물 재활용 장치가 멈추는 날을 견딜 여분의 체계가 필요하다. 칼보의 그림은 그 답을 완성했다기보다, 건축가가 앞으로 설비·구조·생태·도시 운영을 한 장의 도면 안에서 함께 다뤄야 한다는 압력을 만든다.
파리 스마트 시티 2050, 여덟 개의 원형
Paris Smart City 2050은 파리 시청의 의뢰로 진행된 연구개발 성격의 프로젝트다. 칼보의 사무실은 Setec Bâtiment과 협력해 파리 곳곳에 적용할 여덟 개의 에너지 플러스 타워 원형을 제안했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완공’이 아니라 ‘prototype’이다. 기존 도시의 밀도를 높이면서 태양에너지, 바이오매스, 도시농업, 자연환기를 결합해 건물이 주변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도시를 상상한 것이다. [공식 프로젝트 페이지](https://vincent.callebaut.org/object/150105_parissmartcity2050/parissmartcity2050/projects)
렌더링 속 타워들은 나무와 온실, 교량과 수직 마을이 한 몸처럼 연결되어 있다. 사진으로 보면 파리의 오래된 지붕 위에 미래가 접붙은 듯하다. 하지만 실제 도시는 그렇게 매끈하지 않다. 기존 건물의 구조 보강, 소방차 진입, 피난층, 일조권, 토지 소유, 식재의 장기관리와 에너지 생산량의 계절 변동이 모두 협의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 제안의 가치는 실현 가능성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건축의 평면에 태양광 패널과 온실을 붙이는 수준을 넘어, 도시의 에너지 흐름 자체를 공간 구성의 출발점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발전소 현장에서 에너지는 보이지 않는 추상어가 아니라 케이블과 변압기, 보호계전기와 냉각수의 흐름이다. 칼보는 그 흐름을 도시의 외관과 생활 방식까지 끌어올린다.
결론: 빈센트 칼보가 남긴 운영의 질문
빈센트 칼보의 건축에는 완성된 건물과 아직 지어지지 않은 도면이 함께 있다. 타오 주 인 위안은 비틀린 구조와 수직 정원을 실제 주거 건축으로 옮긴 사례이고, Lilypad와 Dragonfly, Paris Smart City 2050은 기후와 도시의 미래를 시험하는 연구 제안에 가깝다. 이 둘을 같은 종류의 ‘완성된 친환경 건축’으로 부르면 사실이 흐려진다.
칼보의 가장 선명한 메시지는 자연을 닮은 외관이 아니다. 건물이 에너지를 만들고, 물과 폐기물을 순환시키며, 사람과 다른 생명체가 같은 도시 안에서 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가장 어려운 숙제도 바로 그곳에 있다. 나무가 자라는 발코니는 아름답지만, 그 나무를 십 년 뒤에도 살게 할 사람과 비용과 배관까지 설계해야 한다.
나는 칼보의 도면을 보며 건축의 미래가 더 유기적인 곡선에 있는지보다, 그 곡선을 끝까지 운영할 수 있는 체계에 있는지 묻게 된다. 자연을 건물 안으로 데려오는 일은 형태를 부드럽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책임의 범위를 넓히는 일이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빈센트 칼보는 어떤 건축가인가?
빈센트 칼보는 벨기에 출신으로 파리에서 활동하는 생태 건축가다. 생체모방, 재생에너지, 도시농업, 수직숲을 결합한 미래 도시와 건축을 주로 제안하며, ‘Archibiotic’이라는 개념으로 자신의 작업을 설명한다.
빈센트 칼보의 대표작은 무엇인가?
실제로 지어진 대표 건축으로는 타이베이의 Tao Zhu Yin Yuan이 있다. Lilypad, Dragonfly, Paris Smart City 2050, Asian Cairns는 널리 알려진 생태 도시 및 수직농장 제안이지만, 모두 완공된 건축물로 보아서는 안 된다.
Tao Zhu Yin Yuan은 실제로 지어진 건물인가?
그렇다. 타이베이에 지어진 주거용 고층 건물이며, 공식 프로젝트 목록에는 2010~2018년 프로젝트로 기록되어 있다. DNA 이중나선에서 영감을 얻은 회전형 구조와 대규모 식재가 주요 특징이다.
Lilypad와 Dragonfly는 실제 건축물인가?
두 작품 모두 실현된 건축물이 아니라 미래 도시를 위한 개념 제안이다. Lilypad는 기후 난민을 위한 부유형 생태도시이고, Dragonfly는 뉴욕을 배경으로 한 수직 농업 타워 제안이다.
빈센트 칼보의 생체모방 건축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빈센트 칼보의 생체모방 건축은 자연의 외형만 따라 하는 방식이 아니다. 자연이 에너지를 사용하고 물질을 순환시키며 생태계 안에서 균형을 만드는 원리를 도시와 건물의 에너지, 농업, 폐기물 시스템에 적용하려는 접근이다.
참고문헌
- Vincent Callebaut, “Interview Vincent Callebaut: Sortir Du Smog”, Le Monde 인터뷰 원문, 2018
- Vincent Callebaut Architectures, “Profile / CV”, 공식 웹사이트
- Vincent Callebaut Architectures, “Tao Zhu Yin Yuan, First Prize Winner”, 공식 프로젝트 페이지
- Vincent Callebaut Architectures, “Projects”, 공식 프로젝트 목록
- Vincent Callebaut Architectures, “Paris Smart City 2050”, 공식 프로젝트 페이지
- Vincent Callebaut, “Archibiotics, Visionary Architecture & Design for a Better Planet”, The Earth & I 인터뷰 원문,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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