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튜디오, 세상을 하나의 격자로 덮으면 건축은 사라질까
끝없이 이어지는 기념비와 아무것도 없는 생활의 표면을 따라, 건축을 없애겠다는 건축가들의 아름답고 불편한 경고를 읽는다.
슈퍼스튜디오(Superstudio, 1966–1978)는 이탈리아을(를) 대표하는 급진 건축의 건축가 그룹입니다. 이 글에서는 슈퍼스튜디오의 생애와 대표작, 건축 철학을 찬양·비판·의견·진실의 네 시선으로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 슈퍼스튜디오는 무한한 격자와 건물 없는 생활을 통해 건축과 소비사회의 생산 논리를 비판했다.
- 지속적 기념비와 슈퍼서피스는 해방의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획일화와 기술 통제의 위험을 함께 품었다.
- 그들이 남긴 가장 중요한 물음은 무엇을 지을 것인가보다 왜 계속 지어야 하는가이다.
Photo by Diego Delso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건축 여정_건축가와 함께한 곳

모눈종이 한 칸이 책상 밖으로 자라기 시작했다
실내건축과 제도실에는 얇은 모눈종이가 늘 굴러다녔다. 가구 배치를 시작하기 전, 나는 5밀리미터 간격의 선을 자로 다시 눌러 그으며 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이상한 안도감을 느꼈다. 침대도, 문도, 사람의 어깨도 눈금 안에 들어오면 문제가 잠잠해지는 듯했다. 종이는 조용했다.
슈퍼스튜디오의 이미지를 보고 나면 그 조용한 격자가 무서워진다. 사진 속 맨해튼과 사막, 알프스와 해안 위로 동일한 눈금의 백색 구조물이 끝없이 뻗는다. 격자는 산맥의 굴곡도, 맨해튼의 창문도 같은 눈금으로 눌렀다. 아름답다. 그래서 더 의심스럽다.
슈퍼스튜디오는 1966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아돌포 나탈리니와 크리스티아노 토랄도 디 프란차가 시작한 급진 건축 집단이다. 이후 잔 피에로 프라시넬리, 알레산드로와 로베르토 마그리스 등이 합류했고, 알레산드로 폴리는 1970년부터 1972년까지 활동에 참여했다. 이들은 건물을 많이 짓기보다 콜라주, 가구, 전시, 영화와 글을 통해 소비사회가 건축과 디자인을 끝없이 생산하는 방식을 비판했다.
Photo by Lorenz91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완벽한 기념비가 모든 장소를 지워 버린다면
1969년부터 전개된 지속적 기념비는 흰 격자 표면을 가진 거대한 구조물이 지구의 풍경과 도시를 가로지르는 이론적 프로젝트다. 맨해튼에서는 기존 마천루의 윤곽을 연장하고, 자연 속에서는 호수와 산맥을 직선으로 횡단한다. 어디에 놓여도 같은 얼굴이다. 장소를 하나로 통합하는 동시에 장소의 차이를 지운다.
처음 보면 거대한 기반시설이나 미래 도시의 제안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 완벽함은 제안이라기보다 경고에 가까웠다. 합리성, 표준화와 기술이 끝까지 확장되면 모든 도시가 같은 규격의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과장된 그림이었다. 모더니즘의 질서를 더 크게 밀어붙여 그 질서가 품은 폭력을 드러낸 셈이다.
현장에서 격자는 유용하다. 기둥 중심선과 장비 기초, 천장 모듈과 바닥 패널을 맞추려면 기준선이 필요하고, 기준점 몇 밀리미터의 오차가 끝단에서는 큰 어긋남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기준선은 작업을 돕기 위해 존재해야지, 사람이 기준선에 맞춰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슈퍼스튜디오의 격자는 도구가 주인이 된 세계를 보여 준다.
사람은 언제나 눈금보다 조금 크게 산다.
슈퍼스튜디오는 왜 가구까지 흰 눈금으로 덮었을까
슈퍼스튜디오의 격자는 종이 위에만 머물지 않았다. 1970년대 초 선보인 콰데르나 가구는 흰 라미네이트 표면 위에 검은 정방형 격자가 반복되는 탁자와 책상, 벤치의 형태로 제작되었다. 끝없이 이어지던 기념비가 거실 안으로 잘려 들어온 듯하다.
사진으로 보면 콰데르나 테이블은 장식이 거의 없고 모서리와 면이 또렷하다. 하지만 검은 선이 상판에서 측면으로 정확히 이어지려면 마감재의 재단과 접합이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 모서리에서 선 하나가 어긋나면 가구 전체가 비틀려 보인다. 무표정한 물건일수록 시공의 실수는 더 크게 말한다.
여기에는 묘한 모순이 있다. 슈퍼스튜디오는 소비를 부추기는 디자인 생산을 비판했지만, 콰데르나는 결국 구매하고 소유할 수 있는 유명한 디자인 상품이 되었다. 비판의 격자가 고급 가구의 무늬로 팔린 것이다. 그렇다고 작업의 의미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은 자신을 겨눈 칼날에도 손잡이와 가격표를 붙일 수 있다는 사실은 남는다.
벽도 지붕도 없는 평면에서 밤을 보낼 수 있을까
1971년부터 발전한 슈퍼서피스는 건축물을 세우는 대신 에너지와 정보,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 지구적 격자망을 상상했다. 사람들은 고정된 집 없이 평평한 표면 위를 이동하며 필요한 지점에 접속한다. 사진 속 가족은 가구도 벽도 없는 격자 위에 앉아 식사하고, 자연과 기술은 하나의 회로처럼 연결된다.
그 구상은 세 단계의 제거로 읽힌다. - 건물이라는 고정된 물체를 제거한다. - 방의 소유와 기능 구분을 제거한다. -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만 지표 아래의 네트워크로 남긴다. - 사람은 원하는 장소에 머물며 망에 접속한다.
나는 그 넓은 평면이 시원하다가도 곧 몸을 웅크리게 된다. 비가 옆으로 들이칠 때 어디에 등을 기대고, 밤의 체온을 무엇으로 지키며, 혼자 있고 싶을 때 어떤 경계를 세울 것인가.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다고 상상했지만, 접속망을 관리하는 주체가 모든 삶을 볼 수도 있다. 건물이 사라진 자리에 자유만 남는 것은 아니다. 통제도 벽 없이 들어온다.
이상도시는 왜 행복한 사람보다 처벌 장치를 닮았을까
1971년 발표된 열두 개의 이상도시는 이름과 달리 살고 싶은 도시의 모음이 아니다. 기술과 질서, 완전성에 대한 욕망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짧은 이야기와 이미지들이다. 영원히 보존되는 사람, 완벽하게 통제되는 욕망, 하나의 규칙에서 벗어날 수 없는 공동체가 차례로 등장한다.
이 도시들은 미래 예측이라기보다 건축적 우화에 가깝다. 모든 요구가 충족되는 도시는 선택할 이유까지 빼앗고, 죽지 않는 삶은 변화할 가능성을 닫는다. 슈퍼스튜디오는 유토피아의 문법으로 디스토피아를 적었다. 설탕으로 만든 경고문처럼 처음에는 매끈하지만 오래 물고 있으면 쓴맛이 난다.
다만 그들의 비판이 늘 현실의 사람을 세밀하게 그린 것은 아니다. 콜라주 속 인물은 대개 상징으로 놓이며, 노동과 돌봄, 계급과 장애처럼 일상의 차이는 평평한 화면 아래로 밀려난다. 모든 건축을 제거한다는 선언은 통쾌하지만, 누군가에게 집은 소비재가 아니라 간신히 확보한 안전일 수 있다. 없애는 상상에도 위치가 있다.
결론: 슈퍼스튜디오가 격자 바깥에 남겨 둔 작은 오차
슈퍼스튜디오는 더 나은 건물의 형태를 제시하기보다 건축을 계속 생산해야 한다는 믿음 자체를 의심했다. 지속적 기념비는 표준화가 세계를 덮는 장면을 만들었고, 슈퍼서피스는 건물 없는 생활을 상상했으며, 열두 개의 이상도시는 완벽한 체계가 사람을 어떻게 가둘 수 있는지 보여 주었다. 그들의 프로젝트는 미래 도시의 설계도라기보다 현재를 과장해 비추는 차가운 거울이었다.
그 거울에도 빈 곳은 있다. 생활을 이미지로 압축하면서 재료가 늙는 시간과 돌봄의 동선, 추위에 약한 몸과 사적인 방의 필요를 충분히 담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결핍 때문에 질문은 오히려 내 쪽으로 넘어온다. 무엇을 지을지 고민하기 전에, 왜 또 하나의 물건을 세상에 더하려 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는가.
피렌체행 항공료가 뜬 창을 닫고 책상 위 모눈종이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손가락으로 한 칸을 가리자 그 작은 부분에서만 격자가 사라졌다. 슈퍼스튜디오가 내게 남긴 것은 무한한 직선이 아니라, 그 선을 잠시 끊어도 된다는 허락인지 모른다. 사람은 언제나 눈금보다 조금 크게 산다.
에너지와 정보망 위에서 건물 없이 생활하는 방식을 상상한 슈퍼스튜디오의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 가. The Continuous Monument
- 나. Supersurface
- 다. Quaderna
정답 확인
정답: 나. Supersurface는 전 지구적 서비스 격자에 접속하며 고정된 건물 없이 생활하는 환경을 상상한 프로젝트이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슈퍼스튜디오는 어떤 건축 집단인가?
슈퍼스튜디오는 1966년 피렌체에서 시작된 이탈리아 급진 건축 집단이다. 건물을 많이 설계하기보다 콜라주, 영화, 가구와 글을 이용해 소비주의, 모더니즘과 건축 생산 체계를 비판했다.
슈퍼스튜디오의 지속적 기념비는 실제로 건설되었는가?
지속적 기념비는 실제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1969년부터 제작된 이론적 연작이다. 거대한 격자 구조물이 도시와 자연을 덮는 장면을 통해 표준화와 합리주의가 극단으로 향할 때 장소의 차이가 사라지는 상황을 비판했다.
슈퍼서피스는 어떤 생활 방식을 제안했는가?
슈퍼서피스는 에너지와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 지구적 격자망 위에서 사람들이 고정된 건물 없이 생활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자유로운 이동을 보여 주는 동시에 기술망이 삶 전체를 통제할 가능성도 내포한 프로젝트이다.
슈퍼스튜디오의 콰데르나 가구는 무엇인가?
콰데르나는 흰 표면에 검은 정방형 격자가 반복되는 탁자, 책상과 벤치 등의 가구 시리즈이다. 슈퍼스튜디오의 무한 격자를 실제 생활용품으로 옮긴 작업이며 이탈리아 가구회사 자노타를 통해 생산되었다.
슈퍼스튜디오와 아키그램의 차이는 무엇인가?
아키그램은 기술과 이동성이 만드는 미래 환경을 대체로 활기찬 이미지로 탐구했다. 슈퍼스튜디오는 비슷한 미래적 표현을 사용했지만, 거대한 격자와 완벽한 시스템을 통해 기술 낙관주의와 소비사회의 모순을 더 냉소적으로 비판했다.
참고문헌
- Peter Lang, William Menking, Superstudio: Life Without Objects, Skira, 2003
- Gabriele Mastrigli 편, Superstudio: Opere 1966–1978, Quodlibet, 2016
- Gabriele Mastrigli, Superstudio: The Middelburg Lectures, Architectural Association, 2005
- Pino Brugellis, Gianni Pettena, Alberto Salvadori 편, Radical Utopias: Archizoom, Remo Buti, 9999, Gianni Pettena, Superstudio, UFO, Zziggurat, Quodlibet, 2017
- The Museum of Modern Art, Superstudio Collection, 공식 소장 자료
- Centre Pompidou, Superstudio, 공식 작가 및 소장품 자료
- Canadian Centre for Architecture, Alessandro Poli fonds, 1963–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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