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도 로시: 도시를 기억으로 짓다
형태 뒤에 숨은 집단적 기억을 건축 언어로 번역한 이탈리아 신합리주의의 거장
알도 로시(Aldo Rossi, 1931–1997)는 이탈리아을(를) 대표하는 신합리주의 건축가입니다. 이 글에서는 알도 로시의 생애와 대표작, 건축 철학을 찬양·비판·의견·진실의 네 시선으로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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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형태가 되는 순간
알도 로시(Aldo Rossi, 1931~1997)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나 밀라노 공과대학(Politecnico di Milano)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전후 이탈리아의 혼란한 도시 현실 속에서 그는 일찌감치 하나의 질문에 매달렸다. 도시는 왜 이 모양인가, 그리고 그 모양은 어디서 왔는가. 그 물음이 이후 그의 건축 전체를 관통하게 된다.
1960년대 중반 이탈리아 건축계는 기능주의의 교조적 반복에 지쳐 있었다. 로시는 이 흐름을 정면으로 거슬렀다. 건축을 기술적 문제로만 다루는 시각을 거부하고, 도시를 시간과 사건이 축적된 인공물로 재정의했다. 이 관점이 이후 신합리주의(Neo-Rationalism), 혹은 이탈리아어로 텐덴차(Tendenza)라 불리는 사조의 씨앗이 되었으며, 로시는 그 흐름의 이론적 중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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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기억의 저장소다
1966년 로시는 『도시의 건축(L'architettura della città)』을 출간했다. 20세기 건축 이론서 가운데 가장 자주 인용되는 텍스트 중 하나인 이 책에서, 로시는 도시를 단순한 건물들의 집합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집합적 기억(collective memory)의 산물로 파악했다. 도시에는 개별 건물의 수명을 넘어 지속되는 고유한 구조가 있다는 것이 그의 핵심 주장이었다.
그는 '유형(type)'이라는 개념을 이론의 중심에 놓았다. 유형이란 특정 건물의 양식이나 스타일이 아니라, 도시가 오랜 시간 반복하면서 걸러낸 근본적 형식이다. 집, 광장, 통로, 기념비 같은 유형들은 유행과 무관하게 도시 속에서 지속된다. 로시는 이 유형들을 현대 건축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 생각은 1980년대 이후 세계 건축 교육에 폭넓게 침투했다.
나아가 로시는 '유추 도시(analogous city)'의 개념을 통해, 과거의 건축 요소들이 새로운 조합으로 재등장할 수 있음을 주장했다. 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지만 형태는 재조합된다는 그의 시각은, 역사주의적 포스트모더니즘과도 다르고 모더니즘의 단절 선언과도 다른 독자적인 위치를 그에게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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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나의 묘지, 죽음을 위한 도시
알도 로시의 건축 세계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건물은 이탈리아 모데나에 있는 산 카탈도 묘지(Cemetery of San Cataldo)다. 건축가 잔니 브라기에리(Gianni Braghieri)와 함께 1971년 설계 경기를 통해 얻은 이 프로젝트에서 로시는 묘지를 '죽은 자들의 도시'로 개념화했다. 격자형 가로, 집합 주택 형태의 납골당, 텅 빈 집 모양의 추모 건물이 하나의 도시 지도처럼 배치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창문이 없는 주황빛 벽체와 기하학적 단순함이다. 삼각지붕, 원기둥, 직육면체 같은 원형적 형태만이 사용되었다. 이 형태들은 어느 특정 건축 양식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인류 보편의 건축 언어로 읽힌다. 로시는 이 보편성 안에서 건축의 자율성, 즉 사용이나 유행으로부터 독립된 형태 자체의 힘을 주장했다.
산업 현장의 눈으로 읽는 로시
발전소나 산업 플랜트를 현장에서 다루다 보면 건물이 얼마나 솔직해야 하는지를 몸으로 알게 된다. 증기 배관, 냉각 설비, 배전반 각각의 기능이 공간 배치를 결정하고, 그 배치가 전체 구조의 형태를 만든다. 기능이 형태를 지배하는 세계에서 로시의 건축을 보면 낯선 감각이 생긴다. 그의 건물은 기능에서 출발하지 않고 형태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동시에 매혹이자 의문이다. 산 카탈도 묘지의 창문 없는 납골당 벽체는 기능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빛도 없고, 환기도 없다. 하지만 그 무표정한 면이 죽음이라는 경험을 건축으로 번역하는 방식이 된다. 실무에서 배운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원칙을 로시는 뒤집는다. 그 역설이 오히려 강렬한 공간적 진실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그의 건축은 반론하기 어려운 설득력을 갖는다.
찬사와 비판 사이에서
로시는 1990년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단은 형태의 순수성과 역사적 기억에 대한 깊은 이해를 수상 이유로 밝혔다. 그는 베니스 비엔날레를 위해 제작한 수상 구조물 테아트로 델 몬도(Teatro del Mondo, 1979~1980), 밀라노의 갈라라테세 주거 블록,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의 보네판텐 미술관(Bonnefanten Museum, 1995 완공) 등 다양한 규모와 용도에 걸쳐 작업했다.
그러나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그의 건축이 사용자의 실제 삶과 유리되어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기하학적 순수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실내 환경의 쾌적성이나 기능적 융통성이 희생되는 경우가 있었다. 또한 그가 제시한 유형 개념이 유럽, 특히 이탈리아 도시 문맥에 지나치게 의존해, 보편성을 주장하면서도 사실상 특수한 전통에 기대고 있다는 역설이 학계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결론: 알도 로시가 남긴 질문들
알도 로시는 1997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것은 건물만이 아니다. 도시를 기억의 산물로 보는 시각, 유형이라는 개념적 도구, 그리고 형태의 자율성에 대한 집요한 탐구가 오늘날까지 건축 이론과 실천에 살아 있다. 그의 저작들은 여전히 건축학교에서 읽히고, 그의 건물들은 여전히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기능이냐 기억이냐, 효율이냐 의미냐 하는 건축의 오래된 긴장은 알도 로시에 이르러 가장 선명한 형태로 표출된다. 그의 건축은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구체적인 벽돌과 콘크리트로 쌓아올린다. 그 질문들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사실이, 알도 로시가 시간을 넘어 고전으로 남은 이유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알도 로시는 어떤 건축 사조에 속하는가?
알도 로시는 신합리주의(Neo-Rationalism), 이탈리아어로 텐덴차(Tendenza)로 불리는 사조의 중심 인물이다. 기능주의의 교조적 반복을 거부하고 역사적 유형과 집합적 기억을 바탕으로 한 건축 언어를 추구했다. 그의 이론은 1966년 저서 『도시의 건축』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되었다.
알도 로시의 대표 저서 『도시의 건축』은 어떤 내용인가?
『도시의 건축(L'architettura della città)』은 1966년 이탈리아에서 출간된 건축 이론서로, 도시를 집합적 기억의 산물로 보는 관점과 건축 유형학의 개념을 체계적으로 제시했다. 1982년 MIT Press에서 영역본이 출간되면서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알도 로시는 언제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는가?
알도 로시는 1990년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단은 형태의 순수성과 역사적 기억에 대한 깊은 이해를 수상 이유로 밝혔으며, 그의 수상은 이탈리아 신합리주의 건축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중요한 계기로 평가된다.
산 카탈도 묘지는 어디에 있으며 누가 설계했는가?
산 카탈도 묘지(Cemetery of San Cataldo)는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주 모데나에 위치한다. 알도 로시와 잔니 브라기에리가 1971년 설계 경기를 통해 얻은 프로젝트로, 기하학적 형태와 집합적 기억의 개념을 가장 집약적으로 구현한 로시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알도 로시 건축의 한계나 비판점은 무엇인가?
로시의 건축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사용자의 실생활과 유리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하학적 순수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실내 환경의 쾌적성이나 기능적 융통성이 희생되는 경우가 있었고, 그가 제시한 유형 개념이 유럽 도시 문맥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참고문헌
- Aldo Rossi, L'architettura della città, Marsilio, 1966
- Aldo Rossi, A Scientific Autobiography, MIT Press, 1981
- Peter Arnell & Ted Bickford (eds.), Aldo Rossi: Buildings and Projects, Rizzoli, 1985
- Francesco Dal Co & Manfredo Tafuri, Modern Architecture, Abrams,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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