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오 추 — 토드 윌리엄스, 오래 가라고 만든 것이 먼저 사라졌다
손으로 부은 청동 외피는 열세 해 만에 헐렸고, 화강암 탑은 아홉 해 만에 문을 열었다
타다오 추(Tod Williams, 1943–)는 미국을(를) 대표하는 현대주의 건축가입니다. 이 글에서는 타다오 추의 생애와 대표작, 건축 철학을 찬양·비판·의견·진실의 네 시선으로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건축 여정_건축가와 함께한 곳

설계수명은 문서에 있고 철거는 회의실에서 결정된다
발전소 설비에는 수명이 숫자로 적혀 있다. 보일러 튜브는 운전 시간으로, 터빈 로터는 기동정지 횟수로, 용접부는 열피로 사이클로 계산된다. 문서에 박힌 숫자다. 그런데 현장에서 그 숫자대로 움직이는 설비는 많지 않다. 수명이 절반쯤 남았는데 교체 결정이 나는 설비가 있고, 잔여수명평가를 다시 돌려 연장 운전에 들어가는 설비가 있다. 수명을 결정하는 건 재료가 아니라 판단이다.
토드 윌리엄스의 이력을 정리하다가 이 문장이 다른 방향에서 되돌아왔다. 그와 빌리 치엔이 설계한 뉴욕 아메리칸 포크아트 미술관은 2001년 문을 열고 2014년 헐렸다. 열세 해다. 재료는 손으로 주조한 청동이었고, 구조는 100년을 견디도록 만들어졌다. 설계수명이 적힌 설비는 그 숫자만큼 살고, 수명이 적히지 않은 건물은 누군가의 마음이 식을 때까지 산다.
Photo by Photograph by Isaac Yonemoto (Takometer at en.wikipedia) / CC BY 2.5 / Wikimedia Commons프린스턴에서 출발해 두 사람이 된 사무소
토드 윌리엄스는 1943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났다. 프린스턴 대학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고, 리처드 마이어 사무소에서 여러 해를 일한 뒤 1974년 자기 사무소를 열었다. 1977년부터 빌리 치엔과 함께 작업했고, 1986년 두 사람 이름을 붙인 토드 윌리엄스 빌리 치엔 아키텍츠를 뉴욕에 정식으로 세웠다.
이 대목은 정확히 적어둘 필요가 있다. 1986년 이후 이 사무소의 작업은 전부 두 사람의 공동 설계다. 이 글에서 다루는 건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래에서 편의상 한 사람의 이름으로 문장을 이어가지만, 그건 축약이지 귀속이 아니다. 2013년 미국건축가협회 골드 메달도 두 사람이 함께 받았다.
두 사람의 사무소는 크지 않다. 대형 프로젝트를 대량으로 돌리는 조직이 아니라 학교와 미술관, 비영리 기관 일을 오래 붙들고 하는 쪽에 가깝다. 완공까지 십 년 가까이 걸리는 일도 드물지 않다. 발전소 대형 공사도 계획에서 준공까지 그 정도가 걸리는데, 그런 일정을 견디는 조직은 대개 인원이 많다. 소규모 사무소가 같은 속도를 감당하려면 다른 방식으로 버텨야 한다.
Photo by Dmadeo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손으로 부은 예순세 장의 청동
아메리칸 포크아트 미술관은 맨해튼 53번가, 폭이 12미터 남짓한 대지에 지어졌다. 그 좁은 폭 안에 여덟 개 층을 넣었다. 이런 조건에서는 층마다 관람 동선이 계단과 겹칠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은 층고를 달리하고 계단참을 전시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그 조건을 풀었다. 큰 미술관이 할 수 없는 밀도가 거기서 나왔다.
이 건물을 기억하게 만든 건 외피다. 예순세 장의 금속 패널이 정면을 덮었다. 톰바실이라 불리는 백동 계열 청동 합금을 주조소에서 부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계로 압연한 판이 아니라 부어서 굳힌 판이라, 표면에 주조 과정의 자국이 그대로 남는다. 같은 방식으로 만든 예순세 장이 한 장도 같지 않다. 사진으로 보면 정면이 접혀 있고, 접힌 각도마다 빛이 다르게 걸린다.
2011년 뉴욕 현대미술관이 이 건물을 사들였고, 2014년 철거했다. 확장 계획에서 층 레벨이 맞지 않고 불투명한 외피가 유리 중심의 기존 건물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미술관 측 설명이었다. 건축 단체와 비평가들의 반대가 이어졌지만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발전소에서 멀쩡한 설비를 계통 개조 때문에 들어내는 일이 있다. 설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이 바뀌어서 자리가 없어지는 경우다. 이 건물이 그랬다.
Photo by TonyTheTiger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샌드블라스팅한 콘크리트와 네게브의 돌
1995년 캘리포니아 라호이아에 신경과학연구소가 완공됐다. 협곡 지형을 파고들어간 배치이고, 콘크리트 표면을 샌드블라스팅해 골재를 드러냈다. 발전소에서 샌드블라스팅은 도장 전 표면처리 공정이다. 녹과 밀스케일을 떼어내 도료가 붙을 거칠기를 만든다. 그다음에 무언가를 덮으려고 하는 작업이다. 이 건물에서는 그 거친 면 자체가 마지막 얼굴이 된다.
2012년 필라델피아에 반스 파운데이션이 문을 열었다.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에서 온 석회암이 외피를 이룬다. 결이 층층이 드러나는 돌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건축과 무관한 논쟁이 먼저 붙어 있었다. 수집가 앨버트 반스가 남긴 소장품은 원래 교외 메리온에 있었고, 그곳을 떠나지 않는다는 조건이 유언에 있었다. 법정 절차를 거쳐 이전이 승인됐고, 그 결정을 두고 비판이 오래 이어졌다.
두 사람이 택한 답은 형태가 아니라 치수였다. 새 건물 안의 전시실들을 메리온 시절 방들의 비례와 크기 그대로 재현했다. 그림이 걸리던 벽 사이의 거리가 그대로 옮겨온 셈이다. 껍데기는 새로 짓고 안쪽 치수는 옮겨 심었다. 나는 이 방식이 타협처럼 보이면서도 가장 정직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옮기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면, 최소한 무엇을 옮겼는지는 자로 잴 수 있게 남겨둔 것이다.
시카고에 선 69미터, 지난달의 일
2026년 6월 19일, 시카고 잭슨 파크에 오바마 대통령 센터가 문을 열었다. 2017년 첫 설계안이 공개되고 2021년 착공한 뒤 아홉 해 만이다. 중심에는 약 69미터 높이의 탑이 서 있고, 나머지 시설은 낮게 깔려 조경에 묻힌다. 조경은 마이클 반 발켄버그가 맡았고, 시카고의 인터랙티브 디자인 아키텍츠가 협력했다. 총사업비는 8억 5천만 달러 규모로 알려졌다.
탑의 외피는 뉴햄프셔산 화강암이다. 꼭대기 부근에는 오바마의 연설문 문구가 1.5미터 남짓한 글자로 뚫려 있고, 그 글자들이 최상부 공간의 스크린 역할을 한다. 석재를 이 높이에 매다는 일은 앵커와 열팽창 줄눈의 문제다. 돌은 무겁고 계절마다 움직인다. 이 규모의 석재 외피를 시공하려면 한 장 한 장의 오차가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않게 잡아야 한다.
개관 직전 시카고의 한 건축 비평가는 꼭대기 글자가 실제로는 잘 읽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달 전에 문을 연 건물이라 자료도 사진도 아직 얇다. 만약 그 아래에 서게 된다면, 나는 글자를 읽으려 애쓰기보다 화강암 줄눈이 어디서 끊기는지를 먼저 보게 될 것 같다. 그게 이 일을 하며 몸에 붙은 순서다.
결론: 토드 윌리엄스가 계산하지 못한 시간
토드 윌리엄스는 1943년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나 1974년 자기 사무소를 열었고, 1986년부터 빌리 치엔과 함께 사무소를 이끌어왔다. 라호이아에서는 콘크리트를 벗겨 골재를 드러냈고, 필라델피아에서는 사라진 방의 치수를 옮겨 심었고, 뉴욕에서는 예순세 장의 청동을 손으로 부었다. 그리고 시카고에서 화강암 탑 하나를 9년에 걸쳐 세웠다.
이 목록에서 가장 정교했던 건물이 가장 짧게 살았다. 철거 당시 두 사람은 외피 패널이 보관될 것이라 들었지만 다시 보이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말을 남겼다. 그 걱정은 재료를 만든 사람만 할 수 있는 종류의 걱정이다. 오래 가라고 만든 것이 왜 먼저 사라졌는가. 답은 재료 쪽에 없다.
발전소로 돌아오면 이 물음이 다르게 놓인다. 우리는 설비마다 수명을 적어두고, 그 숫자를 근거로 교체와 연장을 논의한다. 숫자가 있으면 최소한 논쟁의 자리가 생긴다. 건물에는 그 숫자가 없다. 몇 년을 쓸 작정으로 지었는지가 아무 데도 적혀 있지 않다. 토드 윌리엄스의 이력을 따라오다 보면 그 빈칸이 자꾸 눈에 걸린다. 우리가 짓는 것들의 수명은 누가, 어느 회의실에서 정하는가.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토드 윌리엄스와 빌리 치엔은 어떤 관계인가?
두 사람은 1977년부터 함께 작업했고 1986년 뉴욕에 토드 윌리엄스 빌리 치엔 아키텍츠를 공동 설립했다. 부부이자 공동 설계자로, 1986년 이후 사무소의 작업은 모두 두 사람의 공동 설계로 귀속된다. 2013년 미국건축가협회 골드 메달도 두 사람이 함께 받았다.
아메리칸 포크아트 미술관은 왜 철거됐나?
2011년 뉴욕 현대미술관이 이 건물을 매입했고, 확장 계획에서 층 레벨이 맞지 않고 불투명한 외피가 기존 유리 건물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4년 철거했다. 2001년 개관한 지 열세 해 만이었다. 건축 단체와 비평가들의 반대 성명이 이어졌으나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포크아트 미술관의 외피는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나?
예순세 장의 금속 패널이 정면을 덮었으며, 톰바실이라 불리는 백동 계열 청동 합금을 주조소에서 부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압연판이 아니라 주조판이라 표면에 제작 흔적이 남아 패널마다 질감이 조금씩 달랐다. 접힌 각도에 따라 빛이 다르게 걸리는 것이 특징이었다.
반스 파운데이션 이전이 논란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수집가 앨버트 반스의 유언에는 소장품이 교외 메리온을 떠나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었다. 법정 절차를 거쳐 필라델피아 이전이 승인됐고 2012년 새 건물이 문을 열었지만, 유언 취지를 어겼다는 비판이 오래 이어졌다. 설계팀은 새 건물 안 전시실을 메리온 시절 방들의 비례와 크기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오바마 대통령 센터는 언제 개관했나?
2026년 6월 19일 시카고 잭슨 파크에서 개관했다. 2017년 첫 설계안이 공개되고 2021년 착공한 뒤 완공까지 아홉 해가 걸렸다. 토드 윌리엄스 빌리 치엔 아키텍츠가 설계했고 인터랙티브 디자인 아키텍츠가 협력했으며, 조경은 마이클 반 발켄버그가 맡았다.
참고문헌
- Architectural Record, MoMA의 포크아트 미술관 철거 결정 보도, 2014년 1월
- The Architectural League of New York, MoMA에 보낸 공개서한, 2013
- Dezeen, 오바마 대통령 센터 완공 보도, 2026년 6월
- Williams, Tod; Tsien, Billie, Tod Williams Billie Tsien: Work Life, The Monacelli Press,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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