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초크 & 드 뫼롱, 재료가 구조를 만나 도시의 표정이 될 때
스위스 바젤에서 출발한 두 건축가는 표피와 구조, 장소와 프로그램 사이의 긴장을 통해 현대 건축의 감각을 다시 쓰고 있다.
헤르초크 & 드 뫼롱(Herzog & de Meuron, 1950–)는 스위스을(를) 대표하는 현대주의 건축가이다.
이 글에서는 헤르초크 & 드 뫼롱의 생애와 대표작, 건축 철학을 찬양·비판·의견·진실의 네가지 시선으로 깊이 있게 살펴본다.
바젤에서 시작된 두 건축가의 공동 언어
헤르초크 & 드 뫼롱은 자크 헤르초크와 피에르 드 뫼롱이 1978년 스위스 바젤에 설립한 건축사무소다. 두 사람은 모두 1950년 바젤에서 태어났고,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이들은 한 명의 스타 건축가가 아니라, 오랜 협업을 통해 하나의 사고 체계를 만든 드문 사례에 가깝다.
그들의 건축은 흔히 현대주의 이후의 건축, 혹은 동시대 건축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단순히 유리와 철, 직선과 기능으로 설명되는 현대주의와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그들은 기능을 엄격히 다루면서도 건물의 표면, 질감, 도시적 기억을 통해 건축이 사람에게 어떻게 감각되는지를 집요하게 묻는다.
실내건축을 공부하고 발전소 관련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눈으로 보면, 이들의 작업은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현실적이다. 플랜트에서 배관, 철골, 외피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안전과 유지관리, 열과 하중의 조건을 견디는 장치다. 헤르초크 & 드 뫼롱의 건축에서도 재료는 겉멋이 아니라 구조와 사용, 도시의 기억을 동시에 떠받치는 장치로 작동한다.
Photo by Tomas er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표피는 장식이 아니라 건축의 작동 방식이다
헤르초크 & 드 뫼롱을 말할 때 가장 자주 언급되는 단어는 표피다. 하지만 여기서 표피는 얇은 포장지가 아니다. 그들에게 외피는 빛을 거르고, 내부의 기능을 암시하며, 주변 환경과 건물 사이의 거리를 조절하는 기술적이고 감각적인 막이다.
나파 밸리의 도미너스 와이너리는 이 관점을 잘 보여준다. 현무암을 채운 개비온 벽체는 와이너리라는 기능에 필요한 온도 조절과 대지의 색채를 함께 품는다. 멀리서 보면 단단한 매스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돌 사이의 틈과 빛이 건물을 살아 있는 필터처럼 만든다.
발전 설비를 떠올리면, 좋은 외피는 내부 기계의 조건을 숨기기만 하는 껍데기가 아니다. 통풍, 차열, 점검 동선, 안전거리 같은 조건을 조율하는 경계면이다. 헤르초크 & 드 뫼롱의 표피 실험은 바로 그 지점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아름다움이 기능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기능이 감각적 형태를 얻는 순간을 만든다.
Photo by Peter23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헤르초크 & 드 뫼롱의 대표작이 도시를 바꾸는 방식
런던의 테이트 모던은 헤르초크 & 드 뫼롱의 도시적 감각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2000년에 개관한 이 미술관은 기존 뱅크사이드 발전소를 현대미술관으로 전환한 프로젝트다. 발전소였던 건물을 문화시설로 바꾸었다는 점에서, 산업 인프라가 도시의 공공 기억으로 재탄생한 사례로 읽힌다.
테이트 모던의 힘은 과거를 지우지 않는 데 있다. 거대한 터빈 홀은 산업시설의 스케일을 미술관의 공공 공간으로 바꾸었고, 벽돌 매스와 굴뚝은 런던 남안의 풍경 속에서 새로운 상징이 되었다. 여행자로 그곳을 걷는 장면을 상상하면, 건물은 전시품을 담는 상자가 아니라 도시의 시간을 통과하는 장치처럼 느껴진다.
베이징 국가체육장은 또 다른 방향의 대표작이다. 2008년 올림픽을 위해 완성된 이 경기장은 일명 ‘새 둥지’로 널리 알려졌다. 복잡하게 얽힌 철골은 구조와 이미지의 경계를 흐린다. 다만 이런 상징성은 찬사만 받을 수 없다. 국가적 이벤트, 막대한 자본, 도시 홍보의 욕망과 결합한 건축은 언제나 정치적 무게를 함께 짊어진다.
Photo by Thomas Wolf, www.foto-tw.de / CC BY-SA 3.0 de / Wikimedia Commons찬양과 비판 사이: 감각적이지만 비싸고, 공공적이지만 상징적이다
헤르초크 & 드 뫼롱의 건축은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2001년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미술관, 경기장, 공연장, 주거, 상업시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동시대 건축의 중심에 섰다. 특히 재료를 다루는 능력과 기존 건물을 새롭게 읽어내는 태도는 분명 찬양받을 만하다.
하지만 비판도 필요하다. 함부르크의 엘프필하모니는 2017년 공식 개관하며 도시의 강력한 랜드마크가 되었지만, 공사 지연과 비용 증가 논란을 겪었다. 건축적으로는 구 창고 위에 유리 볼륨을 올린 인상적인 복합 문화시설이지만, 공공 프로젝트에서 예산과 일정은 미학 못지않게 중요한 윤리의 문제다.
플랜트 현장에서 일정 지연과 비용 증가는 곧 안전, 운영, 신뢰의 문제로 이어진다. 그래서 나는 엘프필하모니를 볼 때 감탄과 동시에 질문을 품게 된다. 좋은 건축은 완공 후 도시를 빛나게 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누가 비용을 부담했고 어떤 사회적 합의가 있었는지도 함께 평가되어야 한다.
현대주의 이후의 현실 감각
헤르초크 & 드 뫼롱은 모더니즘의 기능주의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능, 구조, 재료라는 근본 요소를 매우 진지하게 다룬다. 다만 그들은 건축이 기계처럼 정확하기만 해서는 부족하다고 본다. 건물은 장소의 기억, 사용자의 움직임, 표면이 만드는 감각까지 포함해야 한다.
비트라하우스는 이런 태도를 비교적 친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2010년 독일 바일 암 라인 비트라 캠퍼스에 완성된 이 건물은 집의 원형적인 박공지붕 형태를 쌓고 비틀어 전시장과 쇼룸으로 구성했다. 단순한 집 모양의 반복이지만, 내부에서는 시선과 동선이 계속 바뀌며 가구와 공간의 관계를 새롭게 경험하게 한다.
이들의 건축은 때로 지나치게 이미지 중심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이미지는 구조와 재료, 프로그램이 충돌하며 생긴 결과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은 사진으로 소비될 때보다, 건물 가까이에서 표면의 깊이와 동선의 압력을 느낄 때 더 설득력을 얻는다.
결론: 헤르초크 & 드 뫼롱이 남긴 핵심 메시지
헤르초크 & 드 뫼롱의 건축은 재료의 표면을 통해 구조를 말하고, 오래된 도시의 흔적을 통해 새로운 공공성을 만든다. 테이트 모던, 도미너스 와이너리, 베이징 국가체육장, 엘프필하모니처럼 서로 다른 작품들은 하나의 스타일로 묶이기보다, 장소와 프로그램에 따라 건축의 언어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을 무조건 찬양할 필요는 없다. 대형 프로젝트의 비용, 상징 건축의 정치성, 이미지 소비의 위험은 반드시 함께 보아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진실은 있다. 헤르초크 & 드 뫼롱은 현대 건축에서 재료가 단순한 마감재가 아니라 생각의 매체가 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증명했다.
발전소의 구조물처럼 건축도 결국 하중을 견디고, 사람의 이동을 받아들이며, 시간이 지나도 유지되어야 한다. 그 현실 위에 빛, 질감, 기억이 얹힐 때 건축은 비로소 도시의 경험이 된다. 헤르초크 & 드 뫼롱의 작업은 바로 그 접점을 가장 집요하게 탐구한 동시대 건축의 중요한 기록이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헤르초크 & 드 뫼롱은 어떤 건축가인가?
헤르초크 & 드 뫼롱은 자크 헤르초크와 피에르 드 뫼롱이 1978년 스위스 바젤에 설립한 건축사무소입니다. 현대 건축에서 재료, 표피, 구조, 도시 맥락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널리 평가받는다.
헤르초크 & 드 뫼롱 대표작은 무엇인가?
대표작으로는 런던의 Tate Modern, 나파 밸리의 Dominus Winery, 베이징의 National Stadium, 함부르크의 Elbphilharmonie Hamburg가 자주 언급됩니다. 이 작품들은 미술관, 와이너리, 경기장, 공연장처럼 서로 다른 프로그램에서 그들의 설계 언어를 보여준다.
헤르초크 & 드 뫼롱 건축의 특징은 무엇인가?
헤르초크 & 드 뫼롱 건축의 특징은 표피를 단순 장식이 아니라 빛, 구조, 기능, 기억을 조절하는 장치로 다룬다는 점입니다. 특히 재료의 질감과 도시적 맥락을 결합해 건물이 장소와 관계 맺는 방식을 강조했다.
테이트 모던은 왜 중요한 건축 사례인가?
테이트 모던은 기존 발전소를 현대미술관으로 전환한 재생 건축의 대표 사례입니다. 산업시설의 거대한 공간과 도시의 기억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문화 공공공간으로 바꾸었다는 점에서 헤르초크 & 드 뫼롱의 핵심 태도를 잘 보여준다.
헤르초크 & 드 뫼롱을 비판적으로 볼 지점은 무엇인가?
헤르초크 & 드 뫼롱의 일부 대형 프로젝트는 강한 상징성과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지만, 비용 증가와 공사 지연, 도시 마케팅과의 결합이라는 비판도 받습니다. 따라서 작품의 미학뿐 아니라 공공성, 예산, 사용성까지 함께 평가하는 균형 잡힌 시선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 Philip Ursprung, Herzog & de Meuron: Natural History, Lars Müller Publishers, 2002
- Gerhard Mack, Herzog & de Meuron 1978-1988, Birkhäuser, 1996
- Gerhard Mack, Herzog & de Meuron 1989-1991, Birkhäuser, 1996
- El Croquis, Herzog & de Meuron 2005-2010, El Croquis, 2010
- Pritzker Architecture Prize, Biography: Jacques Herzog and Pierre de Meuron, The Hyatt Foundation, 2001
- Jacques Herzog, Pierre de Meuron, The Complete Works of Herzog & de Meuron, Thames & Hudson,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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