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릿 리트벨트, 선과 면 사이에 삶을 다시 배치한 건축가
가구를 만들던 손으로 공간의 질서를 흔들고, 데 스테일의 추상을 사람이 사는 집으로 바꾸어 놓은 네덜란드 건축가의 건축 세계를 읽는다.
헤릿 리트벨트(Gerrit Rietveld, 1888–1964)는 네덜란드을(를) 대표하는 데 스테일 건축가입니다. 이 글에서는 헤릿 리트벨트의 생애와 대표작, 건축 철학을 찬양·비판·의견·진실의 네 시선으로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Photo by Eric Koch for Anefo / CC0 / Wikimedia Commons
빛이 벽에 걸리지 않고 흘러갈 때
사진 속 헤릿 리트벨트의 건축을 처음 바라보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색보다 틈이었다. 흰 벽과 검은 선, 붉은 면과 푸른 면이 서로 맞물리는 듯하면서도 완전히 붙어 있지는 않았다. 건물이라기보다 공간을 이루는 부품들이 잠시 같은 장소에 정렬해 있는 모습에 가까웠다.
실내건축을 공부한 뒤 발전소와 플랜트 현장을 바라보며 지내다 보니, 나는 건축을 장식보다 연결 관계로 읽는 습관이 생겼다. 구조체가 어디에서 힘을 받고, 설비가 어떻게 통과하며, 사람이 어느 지점에서 멈추고 이동하는지를 먼저 살핀다. 그런 눈으로 리트벨트를 보면 그의 건축은 단순히 예쁜 색면의 조합이 아니다. 벽, 창, 계단, 가구가 각자의 역할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공간 경험을 만든다.
Photo by Rietveld-Schröderhuis.jpg: User:Luctor derivative work: Massimo Catarinella (talk) /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헤릿 리트벨트와 데 스테일의 만남
헤릿 리트벨트는 1888년 6월 24일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태어났고, 1964년 6월 25일 같은 도시에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의 가구 공방에서 목공 기술을 익힌 경험은 그의 건축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다. 그는 처음부터 거대한 건축 제도권 안에서 출발한 인물이 아니라 재료를 자르고 조립하는 손의 감각에서 출발했다.
1917년 창간된 잡지와 예술운동을 중심으로 전개된 데 스테일은 수직선과 수평선, 기본색과 비색채를 통해 새로운 조형 질서를 탐구했다. 리트벨트는 1919년 데 스테일에 참여했고, 테오 판 두스뷔르흐와 피트 몬드리안 등과 연결되며 자신의 가구와 건축을 확장했다. 다만 그의 건축을 데 스테일의 원리를 그대로 입체화한 결과라고만 말하면 부족하다. 리트벨트에게 선과 면은 추상적인 규칙이면서 동시에 사람이 움직이고 생활하는 실제 장치였다.
의자에서 시작된 공간의 해방
리트벨트의 적색과 청색 의자는 그의 건축적 사고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작업이다. 나무 부재는 전통적인 의자의 부드러운 몸체처럼 이어지지 않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은 선과 면처럼 분리되어 있다. 앉는 가구이면서 동시에 공간 속에서 구조와 색을 드러내는 작은 건축물처럼 보인다.
이 의자가 중요한 이유는 단지 빨강과 파랑을 사용했기 때문이 아니다. 재료를 과도하게 감추지 않고, 부재의 관계와 조립 방식을 드러냈다는 점에 있다. 현장에서 설비를 볼 때도 겉을 매끈하게 마감한 장치보다 하중과 접합, 유지관리의 논리가 읽히는 구조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리트벨트의 가구에는 그런 정직함이 있다. 물론 실제 사용성의 측면에서는 불편하고 단단하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아름다움이 곧 편안함은 아니기 때문이다.
리트벨트 슈뢰더 하우스, 고정된 방에 대한 질문
1924년 위트레흐트에 완공된 리트벨트 슈뢰더 하우스는 트루스 슈뢰더 슈레더의 의뢰로 설계되었다. 이 집의 위층은 고정된 벽으로 여러 방을 영구적으로 나누기보다, 미닫이와 회전 패널을 이용해 필요에 따라 공간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집은 하나의 정해진 평면이 아니라 생활 방식에 따라 변하는 장치가 되었다.
이 지점에서 리트벨트의 건축은 단순한 조형 실험을 넘어선다. 가족의 관계와 사생활, 개방과 분리가 건축의 구성 방식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유네스코는 이 주택을 데 스테일의 이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하며 2000년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외관의 색채와 선만 보면 차갑게 느껴질 수 있지만, 내부에는 언제 함께 있고 언제 혼자 있을지를 선택하려는 생활의 요구가 담겨 있다.
공공건축으로 넓어진 선과 면
리트벨트의 건축은 작은 주택과 가구에만 머물지 않았다.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 본관은 그가 1963년부터 1964년까지 설계했고, 1973년 그가 세상을 떠난 뒤 개관했다. 높은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기하학적인 공간 구성은 그의 후기 건축이 초기 데 스테일의 어휘를 보다 차분하고 공공적인 규모로 바꾸어 사용했음을 보여준다.
1955년 조각 전시를 위해 설계된 Sonsbeek Pavilion은 작품을 담는 배경이면서 동시에 관람자의 움직임을 조직하는 공간이었다. 이후 재건 과정에서 형태와 재료의 문제가 다시 논의되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건축은 완공되는 순간 끝나는 물건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보존과 사용, 재료의 한계를 계속 드러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발전소 설비도 운전이 시작된 뒤부터 진짜 성능과 취약점이 드러난다. 리트벨트의 건축 역시 도면보다 시간이 흐른 뒤 더 많은 질문을 남긴다.
결론: 질서를 만드는 일과 흔드는 일
헤릿 리트벨트는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출신의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였으며, 데 스테일의 조형 언어를 건축과 가구의 실제 구성으로 옮긴 핵심 인물이었다. 리트벨트 슈뢰더 하우스에서는 고정된 방의 개념을 흔들었고, 반 고흐 미술관에서는 빛과 기하학을 공공문화시설의 공간으로 확장했다. 그의 작업에는 단순화의 힘이 있지만, 그 단순함이 언제나 편안하거나 경제적인 것은 아니었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직접 그 건물들 앞에 서지 못한 채 사진과 도면을 오래 들여다볼 때가 있다. 그럴수록 리트벨트의 건축은 완성된 이미지보다 조립 중인 구조처럼 다가온다. 선은 벽이 되고, 면은 방이 되며, 가구는 다시 건축의 일부가 된다. 결국 그가 남긴 질문은 이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공간을 고정해 안심하려 하는가, 아니면 삶의 변화에 맞춰 공간도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가.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헤릿 리트벨트는 어떤 건축가인가?
헤릿 리트벨트는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출신의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다. 데 스테일의 수직선과 수평선, 기본색과 열린 공간의 개념을 가구와 건축에 적용했다.
리트벨트 슈뢰더 하우스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1924년에 완공된 리트벨트 슈뢰더 하우스는 고정된 벽 대신 이동식 패널을 사용해 생활에 따라 공간 구성을 바꿀 수 있게 했다. 데 스테일 건축과 근대건축의 대표 사례로 평가되며 200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헤릿 리트벨트와 데 스테일의 관계는 무엇인가?
리트벨트는 1919년 데 스테일에 참여한 주요 인물이다. 데 스테일의 추상적 조형 원리를 실제 가구와 주택의 구조, 색채, 공간 구성으로 구체화했다.
헤릿 리트벨트의 대표적인 가구는 무엇인가?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1917년 처음 제작된 적색과 청색 의자다. 이 의자는 서로 분리된 부재와 강한 색채를 통해 데 스테일의 공간적 사고를 가구에 담아냈다.
반 고흐 미술관은 헤릿 리트벨트가 모두 완공한 건물인가?
반 고흐 미술관 본관은 리트벨트가 1963년부터 1964년까지 설계했지만, 그는 완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건물은 1973년에 개관했으며 이후 다른 건축가의 증축이 더해졌다.
참고문헌
- UNESCO World Heritage Centre, Rietveld Schröderhuis (Rietveld Schröder House), UNESCO, 2000
- Van Gogh Museum, The Building, Van Gogh Museum, 현재 웹페이지
- Rietveld Schröder House, This is the Rietveld Schröder House, Centraal Museum Utrecht, 현재 웹페이지
- Paul Overy, De Stijl, Thames & Hudson, 1991
- Peter Drijver and Johannes Niemeijer, Rietveld Schröder House, 010 Publishers,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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