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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짓는 건축가?/근대건축의 기초

루이스 칸의 첫 걸작은 쓰기 불편한 실험실이었다

by aclstoryji 2026. 6. 27.

설비를 감추지 않겠다는 생각이 어디서 시작됐고, 그 값은 누가 치렀나.

먼저 알아둘 세 가지
  • 그의 이름을 알린 실험실은 정작 쓰던 과학자들이 불편하다고 말한 건물이었다.
  • 살크 연구소의 텅 빈 돌 광장은 원래 정원이 될 뻔했다. 그걸 막은 사람은 따로 있다.
  • 다카 국회의사당은 그가 죽고 9년 뒤에 완공됐다.
루이스 칸의 대표작 살크 생물학연구소 (Salk Institute)Photo by Daniel L. Lu (user:dllu)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루이스 칸의 고향과 대표작 위치를 표시한 항해지도
건축 여정 — 고향과 대표작이 자리한 곳
여행 계획 — 지도 번호와 같은 순서다

과학자들은 그 실험실이 불편하다고 했다

1965년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리처즈 의학연구소가 완공됐다. 벽돌 탑들이 유리 상자 옆에 붙어 솟은 형태였고, 건축계는 이 건물을 두고 전후 미국 건축의 전환점이라 불렀다.

그 안에서 일하게 된 과학자들의 말은 달랐다. 유리 면이 넓어 빛이 지나치게 들어왔고, 실험 기구를 둘 수납이 모자랐다. 연구실 배치가 실제 작업이 흘러가는 순서와 잘 맞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은 창을 가리고 공간을 나눠 쓰기 시작했다.

건물의 명성과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의 하루가 이렇게 어긋나는 일은 드물지 않다. 다만 이 경우는 그 간극이 유난히 컸고, 그 사실이 루이스 칸이라는 사람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된다.

루이스 칸의 대표작 킴벨 미술관 (Kimbell Art Museum)Photo by DBinfo /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봉사하는 공간과 봉사받는 공간

그럼에도 이 건물에서 나온 생각 하나는 지금까지 살아 있다. 그는 공간을 두 종류로 나눴다. 사람이 실제로 쓰는 공간과, 그 공간이 돌아가게 만드는 공간.

배기 덕트, 계단, 배관, 설비실이 뒤쪽에 두 번째다. 리처즈에서 그는 그 설비들을 벽돌 탑으로 빼내 바깥에 세웠다. 감추지 않고 형태로 드러낸 것이다.

설비를 나중에 끼워 넣으면, 그 자리는 반드시 누군가의 불편으로 돌아온다. 현장에서 이건 매번 확인된다. 천장 속을 지나야 할 배관이 자리를 못 찾으면 층고가 깎이고, 점검구가 빠지면 10년 뒤 벽을 뜯는다. 칸은 그걸 설계의 처음에 놓았다. 실행이 미숙했던 것과 생각이 틀렸던 것은 다르다.

설비를 나중에 끼워 넣으면, 그 자리는 반드시 누군가의 불편으로 돌아온다.
루이스 칸의 대표작 다카 국회의사당 (National Assembly Building Dhaka)Photo by Micah Parker from Seattle, USA / CC BY 2.0 / Wikimedia Commons

바라간이 나무를 심지 말라고 했다

1965년 캘리포니아 라호이아에 살크 생물학연구소가 섰다. 두 줄의 연구동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돌 광장이 있고, 그 한가운데를 가는 물길이 지나 태평양 쪽으로 열린다.

원래 이 자리는 정원이 될 계획이었다. 설계가 진행되던 중 칸은 멕시코의 루이스 바라간을 불러 의견을 물었다. 바라간은 나무를 심지 말고 돌로 덮어 비우라고 했다. 하늘을 향한 파사드가 될 거라는 말이었다. 칸은 그 조언을 받아들였다.

이 광장이 자주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데, 그 결정의 출처는 다른 사람이었다. 좋은 건축가의 능력에는 남의 말을 알아듣는 것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콘크리트도 이 건물에서 특별하다. 화산재를 섞은 배합으로 따뜻한 색을 내고, 거푸집을 뗀 뒤 어떤 보수도 하지 않기로 했다. 거푸집을 묶은 구멍이 그대로 남아 있다. 고칠 수 없으니 처음부터 정확해야 했다.

루이스 칸의 대표작 필립스 엑서터 도서관 (Phillips Exeter Academy Library)Photo by Rohmer at English Wikipedia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천장이 빛을 은색으로 바꾼다

1972년 텍사스 포트워스에 킴벨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지붕은 길게 이어진 원통형 볼트인데, 그 꼭대기가 길게 갈라져 하늘이 보인다.

그 틈으로 들어온 햇빛은 곧장 그림에 닿지 않는다. 아래에 매달린 구멍 뚫린 알루미늄 반사판이 빛을 위로 튕겨 콘크리트 곡면에 뿌리고, 그 곡면이 다시 아래로 내려보낸다. 두 번 꺾인 빛은 방향이 흐려지고 색이 차가워진다.

미술관에서 자연광은 대체로 골칫거리다. 자외선은 안료를 상하게 하고 방향이 있는 빛은 유리에 반사돼 그림을 가린다. 칸은 자연광을 포기하는 대신 두 번 접어 쓰는 길을 골랐다. 나는 이 해법이 그의 작업 중 가장 정교하다고 본다.

다카 — 그가 죽고 9년 뒤에 공사가 끝난 건물

1962년 그는 당시 동파키스탄이던 다카의 국회의사당 설계를 맡았다. 원형과 삼각형을 크게 뚫은 콘크리트 벽이 물 위에 앉은 형태다. 뚫린 구멍은 장식이 아니라 뜨거운 기후에서 직사광을 막고 바람을 통하게 하는 장치다.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전쟁으로 공사가 멈췄다 다시 이어졌다. 칸은 1974년에 세상을 떠났고, 건물은 1983년에 완공됐다. 착공부터 준공까지 20년이 넘었다.

서구 건축가의 작품 목록에서 이 건물은 종종 뒤쪽에 놓인다. 규모로 보나 그 나라에서 갖는 의미로 보나 그럴 자리가 아니다.

펜역에서

1974년 3월, 다카에서 돌아오던 그는 뉴욕 펜실베이니아역 화장실에서 쓰러져 숨졌다. 여권의 주소란이 지워져 있어 신원이 확인되기까지 사흘이 걸렸다. 사무실에는 큰 빚이 남아 있었다.

루이스 칸은 1901년 지금의 에스토니아에서 태어나 다섯 살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세 살 때 불에 덴 흉터를 평생 얼굴에 지녔다. 그가 세상에 알려진 건 쉰이 넘어서였고, 대표작은 대부분 마지막 15년에 나왔다.

쓰기 불편했던 실험실에서 시작한 생각이 다카의 벽까지 갔다. 설비를 처음부터 자리에 놓는다는 것, 빛을 그대로 들이지 않고 한 번 접는다는 것. 다음에 천장 점검구를 볼 일이 있으면, 그게 왜 거기 있어야 하는지를 60년 전에 형태로 만들려 한 사람이 있었다.

쉬어가는 퀴즈

루이스 칸이 설계한 다카 국회의사당이 완공된 시점은?

  • 가. 그가 죽고 9년 뒤
  • 나. 그가 죽은 해
  • 다. 생전에 준공을 봄
정답 확인

정답: 가. 1962년 설계 시작, 1974년 칸 사망, 1983년 완공이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봉사하는 공간과 봉사받는 공간은 무슨 뜻인가?

사람이 실제로 쓰는 공간과, 그 공간이 돌아가게 만드는 설비 공간을 나누어 각각에 자리를 주는 개념이다. 리처즈 의학연구소에서 배기와 계단, 배관을 별도의 벽돌 탑으로 빼내 바깥에 드러낸 것이 대표적이다.

리처즈 의학연구소는 왜 비판받았나?

유리 면이 넓어 빛이 과하게 들어왔고 실험 기구를 둘 수납이 부족했다. 연구실 배치가 실제 작업 순서와 맞지 않아 사용자들이 창을 가리고 공간을 나눠 쓰게 됐다. 건축계의 평가와 사용자의 경험이 크게 어긋난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살크 연구소 광장을 비운 것은 누구의 판단인가?

원래는 정원 계획이었는데, 칸이 의견을 구한 멕시코 건축가 루이스 바라간이 나무를 심지 말고 돌로 덮어 비우라고 조언했고 칸이 이를 받아들였다.

킴벨 미술관은 자연광을 어떻게 다루나?

원통형 볼트 꼭대기의 긴 틈으로 들어온 빛이 그림에 직접 닿지 않는다. 아래 매달린 구멍 뚫린 알루미늄 반사판이 빛을 위로 튕기고, 콘크리트 곡면이 다시 아래로 내려보낸다. 두 번 꺾이며 방향이 흐려진다.

다카 국회의사당은 언제 완공됐나?

1962년에 설계가 시작돼 1983년에 완공됐다. 칸은 1974년에 세상을 떠났으므로 그가 죽고 9년 뒤다.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전쟁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재개된 기간이 포함된다.

참고문헌

  1. Carter Wiseman, 『Louis I. Kahn: Beyond Time and Style』, W. W. Norton, 2007
  2. Sarah Williams Goldhagen, 『Louis Kahn's Situated Modernism』, Yale University Press, 2001
  3. Nathaniel Kahn, 「My Architect: A Son's Journey」(다큐멘터리), 2003
  4. Getty Conservation Institute, 「Salk Institute Teak Window Wall Conservation Project」 보고서, 2013–2016
  5. Louis I. Kahn Collection, University of Pennsylvania · Pennsylvania Historical and Museum Commission

글쓴이

실내건축과를 졸업했고, 현재 대한민국의 발전소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공간과 재료를 실무 현장의 눈으로 보며, 발전 설비·플랜트의 기능성과 구조·안전의 관점에서 건축을 읽는다. 또한 여행과 건축 답사를 좋아하지만, 경제적 여건 탓에 자주 떠나지는 못한다. 대신 사진과 도면, 기록을 오래 들여다보고, 직접 가 본 곳에서는 현장에서 느낀 공간 경험을 글에 녹이기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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