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는 건축가?2026. 7. 12.by aclstoryji

건축은 '무엇처럼 보이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한 공간인가'를 먼저 물었던 건축가 "한스 샤로운"

찬양 · 비판 · 의견 · 진실의 네 시선으로 다시 읽는 건축가 에세이

한스 샤로운, 흐르는 공간의 건축가 — 유기적 표현주의가 남긴 것

형태보다 삶의 흐름을 먼저 상상한 독일 건축가, 한스 샤로운의 건축을 실무의 눈으로 다시 읽는다.

한스 샤로운(Hans Scharoun, 1893–1972)는 독일을(를) 대표하는 유기적 표현주의 건축가입니다. 이 글에서는 한스 샤로운의 생애와 대표작, 건축 철학을 찬양·비판·의견·진실의 네 시선으로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Berlin Philharmonie concert hallPhoto by Pedelecs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건축 여정 — 고향과 대표작이 자리한 곳
브레멘 · 독일베를린 필하모니 · 독일하우스 슈밍케 · 독일로미오와 줄리아 주거 단지 · 독일베를린 국립도서관 · 독일 고향대표작

한스 샤로운, 흐르는 공간의 건축가

한스 샤로운(Hans Scharoun, 1893–1972)은 20세기 독일 건축에서 가장 독창적인 목소리를 낸 인물로 꼽힌다. 그는 직각과 격자로 요약되는 국제주의 양식의 주류에서 비껴서서, 사람의 움직임과 감정, 그리고 내부에서 벌어지는 삶의 사건을 먼저 상상한 뒤 그 흐름을 감싸는 방식으로 형태를 빚었다. 이런 태도를 흔히 유기적 표현주의라고 부른다.

발전소 설비를 다루는 실무자의 눈으로 보면, 건물은 대개 기능 다이어그램이 먼저 있고 그것을 담을 외피가 뒤따른다. 샤로운의 건축은 놀랍게도 이 순서를 정직하게 따른다. 다만 그가 담으려 한 것은 배관과 계통이 아니라 사람의 동선과 소리의 확산이었다. 겉모습의 비정형은 장식이 아니라, 안에서 요구된 기능이 밖으로 밀려 나온 결과에 가깝다.

Haus Schminke LöbauPhoto by JensKunstfreund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표현주의에서 유기건축으로 — 생애와 시대

샤로운은 1893년 독일 브레멘에서 태어나 브레머하펜에서 성장했다. 1920년대 초 그는 브루노 타우트가 이끈 서신 교류 모임 '유리 사슬'에 가담하며 표현주의적 상상력을 키웠고, 이후 진보적 건축가 단체 '데어 링(Der Ring)'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이 시기 그는 후고 헤링과 가까이 지내며 형태가 기능에서 자라난다는 유기건축의 사고를 공유했다.

1933년 이후 나치 체제는 근대건축을 억압했다. 샤로운은 망명 대신 독일에 남아 주로 개인 주택을 설계하며 조용히 시대를 견뎠는데, 이 시기를 흔히 '내적 망명'이라 부른다. 전쟁이 끝난 뒤 그는 베를린의 도시계획을 책임지는 자리에 올라 폐허가 된 도시의 재건 구상에 참여했다.

그의 이력에는 화려한 국제적 성공보다, 한 도시와 사회의 조건 안에서 자기 언어를 지켜낸 끈기가 배어 있다. 유행을 좇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은 원리를 오래 밀고 나간 점은, 설비 하나의 신뢰성을 수십 년 단위로 검증해야 하는 현장의 감각과도 통하는 데가 있다.

Romeo und Julia Stuttgart ScharounPhoto by Bear62 / CC BY 3.0 / Wikimedia Commons

하우스 슈밍케 — 작은 집에 담긴 흐름

1933년 독일 뢰바우에 완공된 하우스 슈밍케(Haus Schminke)는 샤로운의 초기 대표작이다. 국수 공장을 운영하던 슈밍케 가족을 위한 이 주택은 배가 물살을 가르듯 비스듬한 테라스와 계단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정형화된 상자 대신 삶의 방향성을 따라 열린 평면을 보여준다.

이 집을 실무자의 눈으로 보면, 동선과 채광, 조망이라는 '요구 조건'이 먼저 정의되고 구조와 외피가 그것을 뒤따라 해석된 것처럼 읽힌다. 가는 강관 기둥과 얇은 슬래브는 당대 기술의 정직한 사용이며, 재료를 과시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쓰는 절제가 돋보인다. 규모는 작지만 그의 건축 원리가 응축된 실험실 같은 집이다.

Staatsbibliothek zu Berlin ScharounPhoto by Da flow at German Wikipedia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베를린 필하모니 — 중심에 놓인 음악

1963년 완공된 베를린 필하모니(Berliner Philharmonie)는 한스 샤로운의 이름을 세계에 각인시킨 대표작이다. 그는 무대를 홀 한가운데에 두고 객석을 계단식 포도밭처럼 여러 단으로 둘러싸는 이른바 '빈야드' 배치를 택했다. 이는 연주자와 청중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으려는 구상이었다.

이 홀의 비정형 지붕과 객석 단차는 겉멋이 아니다. 소리의 반사와 시선의 확보라는 기능적 요구가 형태를 결정했고, 그 결과 음향적으로도 뛰어난 공간이 태어났다. 기능이 형태를 이끈다는 원칙이 가장 설득력 있게 구현된 사례다.

발전 설비의 배치에서도 열과 흐름, 접근성을 먼저 풀고 나면 구조물의 형상이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필하모니를 사진과 자료로 처음 접했을 때 느낀 낯선 감동은, 기능의 논리가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공간 경험으로 번질 수 있다는 데서 왔다. 다만 이런 자유로운 형태가 시공과 유지관리의 난이도를 높인다는 점은 냉정하게 짚어둘 필요가 있다.

도시와 공동체를 향한 시선

샤로운은 개별 건물을 넘어 도시를 하나의 '풍경(Stadtlandschaft)'으로 다루려 했다. 슈투트가르트에 세운 로미오와 줄리아(Romeo und Julia) 주거 단지는 두 개의 대비되는 동을 통해, 집합 주거에도 개성과 방향성을 부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마지막 대작인 베를린 국립도서관(Staatsbibliothek zu Berlin)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 1978년에야 완공되었다. 거대한 열람 공간을 여러 층위로 흐르게 한 이 도서관은, 기념비적 권위 대신 사용자의 경험을 중심에 둔 그의 신념이 후대에까지 이어졌음을 증언한다. 죽음 이후 완성된 건물이라는 사실은, 한 사람의 원리가 개인을 넘어서는 힘을 지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 — 한스 샤로운이 남긴 질문

한스 샤로운의 건축은 '무엇처럼 보이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한 공간인가'를 먼저 묻는다. 그의 비정형은 취향의 산물이 아니라, 안에서 벌어질 삶과 기능을 정직하게 밖으로 옮긴 결과였다. 이 점에서 그는 유기건축의 이상을 가장 끈질기게 실천한 건축가 중 한 사람으로 남는다.

물론 그의 자유로운 형태는 표준화와 경제성, 유지관리의 관점에서 부담을 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사람과 소리, 빛의 흐름을 형태의 출발점으로 삼은 그의 태도는, 기능과 구조를 매일 다루는 현장의 실무자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물음을 던진다. 형태는 무엇을 담기 위해 존재하는가. 한스 샤로운은 평생 이 질문에 성실하게 답한 건축가였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한스 샤로운은 어떤 건축가이고 어느 나라 사람인가?

한스 샤로운은 1893년 브레멘에서 태어나 1972년 베를린에서 세상을 떠난 독일 건축가다. 유기적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인물로, 형태보다 사람의 동선과 삶의 흐름을 먼저 상상해 공간을 빚은 것으로 유명하다.

한스 샤로운의 대표작은 무엇인가?

가장 널리 알려진 대표작은 1963년 완공된 베를린 필하모니다. 이 밖에 1933년의 하우스 슈밍케, 슈투트가르트의 로미오와 줄리아 주거 단지, 사후 1978년에 완공된 베를린 국립도서관이 그의 주요 작품으로 꼽힌다.

베를린 필하모니의 빈야드 좌석 배치가 왜 중요한가?

샤로운은 무대를 홀 한가운데 두고 객석을 포도밭처럼 여러 단으로 둘러싸는 빈야드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연주자와 청중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으려는 구상이었고, 음향과 시선 확보라는 기능적 요구를 형태로 풀어낸 사례로 이후 여러 콘서트홀 설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유기적 표현주의 건축이란 무엇인가?

유기적 표현주의는 형태가 미리 정해진 기하 규칙이 아니라 내부의 기능과 삶의 흐름에서 자라난다고 보는 태도다. 샤로운은 동료 후고 헤링과 함께 이 사고를 공유했고, 그 결과 그의 건물은 비정형이지만 그 형태에 기능적 근거가 담겨 있다.

한스 샤로운과 미스 반 데어 로에는 어떻게 다른가?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보편적이고 정제된 격자와 유리 상자로 건축의 질서를 추구했다면, 샤로운은 각 상황과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매번 다른 비정형 형태를 만들었다. 두 사람 모두 근대건축의 거장이지만, 한 명은 표준을 향했고 다른 한 명은 개별성을 향했다는 점에서 대비된다.

참고문헌

  1. Peter Blundell Jones, Hans Scharoun, Phaidon, 1995
  2. Peter Blundell Jones, Hans Scharoun: A Monograph, Gordon Fraser, 1978
  3. Kenneth Frampton, Modern Architecture: A Critical History, Thames & Hudson, 1980
  4. J. Christoph Bürkle, Hans Scharoun, Artemis Verlag, 1993

#한스샤로운 #HansScharoun #독일 #유기적표현주의 #베를린필하모니 #하우스슈밍케 #로미오와줄리아주거단지 #건축 #건축가 #건축에세이 #건축이야기 #건축여행 #건축디자인